서울대 사범대와 농생대 등 일부 단과대가 오는2004학년도 입시부터 모집단위를 세분화, 신입생을 선발키로 했다. 서울대의 이같은 움직임은 교육인적자원부가 `BK(두뇌한국)21' 사업비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내걸었던 제도개혁에 위배되는 것으로, 다른 대학에도 큰 영향을 미칠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서울대에 따르면 사범대는 교수회의를 거쳐 ▶어문교육계 ▶인문사회교육계 ▶수학ㆍ과학교육계 ▶체육교육과 등 4개로 신입생을 나눠 뽑는 현행 모집단위광역화제도를 올해까지만 유지하겠다는 뜻을 본부에 전달키로 했다. 대신 사범대는 내년도 입시부터 광역화 제도 도입 이전과 같이 영어교육과, 수학교육과, 역사교육과 등 15개 학과 체제로 신입생을 선발할 방침이다. 사범대 조창섭 학장은 "제대로 된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1학년 때부터 전공을 공부해야 하지만 현행 광역화제로는 불가능하다"면서 "이같은 교수들의 뜻을 본부에 알리고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인문계와 자연계ㆍ사범계 등 3개 단위로 신입생을 뽑는 농생대도 내년부터▶식물생산과학부 ▶생물자원공학부 ▶응용생물화학부 ▶농경제사회학부 ▶산림지원학과 ▶농산업교육과 ▶식품공학과 ▶조경학과 등 5부 4과로 모집단위를 세분화할방침이다. 농대 류관희 학장은 "본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어느정도 바뀔 수는 있겠지만 현행 광역화 모집단위를 더욱 세분화해서 신입생을 선발하자는 것이 교수들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단일 모집단위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사회대와 인문대도 모집단위를 세분화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2004학년도 모집요강이 결정되는 내년 2월 이전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같은 일부 단과대의 모집단위 세분화 움직임에 대해 본부측은 단과대별 의견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교무처 관계자는 "광역화 재고는 총장 공약사항이고, 모집단위의 경우 단과대교수회의의 의결을 거쳐 본부측에 전달하는 것이어서 민주적 의사결정이라는 면에서거부하기 힘들다"며 "각 단과대에서 너무 세분화하지 않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운찬 총장은 지난 7월 총장후보 선거기간 "모집단위 광역화는 대학의 교육제도를 변경시켜 대학입시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잘못된 발상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다양한 학문분야의 독자적 발전을 뒷받침하는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약속했다. 게다가 서울대는 지난 3월에도 이공계 위기를 이유로 공대와 자연대 모집단위를대폭 세분화한 적도 있어 다른 단과대의 세분화 요청을 거절하기 힘든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대는 최근 BK21 중간평가 때 모집단위 광역화 등 제도개혁 불이행을이유로 15개 사업단중 10개 사업단의 사업비를 삭감당하고 인문사회 분야의 2개 사업단이 아예 탈락하는 등 피해를 본적이 있어 단과대의 세분화 요청을 무작정 받아들일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아직까지 서울대로부터 공식 협의를 요청받은적이 없지만 서울대 내부에서 그런 논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모집단위 세분화는 대학정책의 기조를 전반적으로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고 다른 대학에파급효과가 커 서울대가 그런 결정을 내린다면 심각히 협의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