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발생한 거제백병원 집단쇼크사고는 제약사가 낡은 제조시설에서 제조공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불량의약품을 생산,공급하면서 빚어진 인재(人災)라는 결론이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거제백병원에 문제를 일으킨 앰풀자사제를 납품한 건풍제약[03060]에 대한 특별실태조사 및 역학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식약청의 조사 결과 건풍제약의 제조공정과정은 하자 투성이었다. 회사측은 우선 세균오염과 이물질 혼입을 막는 장치인 멸균기와 이물검사기, 에어샤워 설비 등의 생산설비가 낡고 불량한데도 이를 교체하지 않은데다 장기간 제조관리 책임자를두지 않은 채 의약품을 생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균지역에 대한 보수유지 관리와 생산공정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생산공정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품을 다시 사용하는 등 제조공정관리가 엉망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청은 "시설부실과 부실관리체제 등 제조위생상의 문제 때문에 결과적으로들어가서는 안되는 이물질이 들어가고, 멸균처리가 안돼 세균에 오염된 주사제가 제조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역학조사 결과 문제의 앰풀주사제 `갈라민주'(제조번호 H005)에서는 면역력이저하된 사람에게 패혈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된 엔테로박터크로아케균을 비롯해코리네박테리움세로시스균, 바실루스세레우스균 등의 장내세균이 검출됐다. 식약청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건풍제약에 대해 전제조업무정지 및 주사제 생산설비 전면 개수명령을 내리는 한편, 이 회사에서 만드는 모든 앰풀주사제 전제품(10개 품목)을 수거해 폐기토록 지시했다. 식약청은 또 이번 사고가 포도당 주사액사고(1947년) 이후 두번째 주사제 사망사고인 점을 감안해 재발 방지를 위해 국내 97개 주사제 제조업체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