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가 좋아 부산 외곽에 집을 짓고 사는 박철행씨(54)는 요즘 시내에 있는 회사로 출근할 때마다 민자도로 이용료 때문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다. 동서고가도로와 구덕터널 등 4개 시설을 이용하는 그는 왕복으로 3천4백원의 통행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돈 내지 않고 도로를 이용하는데 익숙했던 그로서는 요금제에 적응하는게 영 불편하다. 부산 대구 등 지방 대도시에 도로와 터널 다리가 속속 건설되고 있으나 대부분 민자유치로 건설되는 바람에 유료화되면서 이용 시민들의 통행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전국 유료도로의 절반 가까이가 몰려있는 부산의 경우 터널과 고가도로마다 따로 요금을 내야 하는 실정이다. 부산시내 유료도로는 번영로를 비롯해 △동서고가도로 △구덕터널 △제2만덕터널 △황령터널 △백양터널 △수정산터널 △ 등 모두 7개소나 된다. 부산시 직영이 2개소이고 민자건설이 5개소다. 이들 시설은 소형차의 경우 4백원에서 대형차 1천4백원까지 다양한 수준의 요금을 거둬 들이고 있다. 특히 올 연말 완전 개통예정인 광안대로의 경우 소형차는 1천원, 대형차는 1천5백원의 통행료를 부과할 예정인 것을 비롯 △부산∼거제간 연결도로 △북항대교 △황령산 제3터널 △명지대교 △산성터널 △초읍터널 등도 민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어 이들 도로가 모두 완공되는 2008년엔 통행료 부담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부산시민들은 "유료도로의 대부분이 항만물동량의 원활한 수송을 위한 것인 만큼 정부가 국가 사회간접시설 확충차원에서 건설재원을 대폭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는 과천∼의왕간 10㎞의 도로를 유료도로로 관리하면서 소형 8백원, 대형 1천1백원의 통행료를 받고 있는 중이고 일산대교와 석수 분당 고속화도로, 제3경인고속도로 등이 유료도로로 건설되는게 추진 중이다. 대구시는 지난 98년 완공된 국우터널에서 소형 5백원, 대형 6백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또 수성구 범물동과 동구 율하동을 연결하는 범안로에서 소형 1천1백원, 대형 1천5백원의 통행료를 받고 있으며 오는 2026년까지 계속 징수할 계획이다. 창원과 김해를 잇는 창원터널은 통행차량이 크게 늘고 있지만 통행료를 올려 받아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창원터널 통행차량은 1994년 개통 당시 하루 1만4천5백대에 불과했으나 99년 4만4천대, 최근 1년 사이 5만6천대 가량으로 약 3.8배로 늘어났다. 그러나 요금은 94년 당시 소형 8백원, 대형 1천2백원에서 99년 소형 1천원, 대형 1천5백원으로 되레 인상돼 지금껏 적용되고 있다. 부산=김태현 대구=신경원.김희영 기자 hyu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