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들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들이 갖은 학대에 시달리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22일 광주여성의 전화와 광주여성발전센터 등 광주.전남지역 여성단체들에 따르면 한국인 남편을 둔 외국 여성은 광주.전남지역에만 2천600여명으로 전남지역의 경우 일본 여성이 520여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 조선족이 503명, 필리핀 여성이 450여명 등의 순이다. 그러나 상당수 여성들이 가족들과 말이 통하지 않고 문화적 이질감 등으로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부는 남편의 학대를 못이겨 가출이나 이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농촌 총각 박모(42)씨와 결혼한 필리핀 여성 A모(34)씨는 결혼 초부터 알코올 중독자인 박씨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다 최근 남편을 경찰에 고소했다. 상습적인 학대에 시달려 여성단체에 도움을 요청한 외국인 여성은 이 지역에서만 한달 평균 2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파국을 맞이한 외국 여성중 상당수가 노래방이나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취직하는 등 탈선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여성들은 한국국적을 취득하지 못하고 이혼하는 바람에 불법체류자가 돼국내 불법체류자가 늘어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외국인 여성들은 한국인 남편과 2년 이상 동거해야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하며 이 경우에도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의 필기시험과 면접을 치러야 한다. 또 신원보증 등 남편의 협조를 받아야 하지만 이마저 도와주지 않는 남편이 많은데다 일부 한국인 남편들이 이점을 이용해 외국인 아내를 학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창구가 없어 이들이 정상적으로 정착할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와 한국생활 적응에 필요한 체계적인 교육이 시급하다는지적이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이들 외국여성이 어려운 사정을 상담하고 어학교육을 받을수 있는 곳은 천주교 광주대교구 단 한 곳 뿐이며 이마저 매주 목요일 한차례에 그치고 있다. 광주 여성의 전화 채숙희 상담부장은 "상당수 외국 여성들이 결혼상담소나 종교단체를 통해 짧게는 1주일만에 서둘러 결혼한데다 일부 남성들은 지병이나 경제적능력을 속이고 결혼해 부부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타국살이 설움에 학대까지당하는 외국여성들을 포용할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남현호 기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