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마감한 2003학년도 서울대 대학원 박사과정 전기모집 결과 또다시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올해 박사과정의 전체경쟁률 0.85대 1은 지난해 전기모집 경쟁률 0.90대 1보다도 떨어지는 수준이다. 더욱이 인문대와 자연대 등 기초학문은 박사과정의 경우 대부분 학과에서 미달사태가 속출했으며, 일부 학과에는 아예 지원자가 한 명도 없어 최근 고조돼온 기초학문의 위기를 반영했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박사 기피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먼저 해외유학에 대한 학생과 학교의 선호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교수 채용시 외국박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 때문에 대학원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도 `교수가 되려면 석사과정만 국내에서 하고 박사는 외국에서 따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2000년말 현재 서울대 전체교수 1천438명 중 최종학위를 국내에서 받은 `국내파'는 553명으로 전체의 3분의 1수준에 그쳤고, 이마저 의.치대를 제외하면 국내파는 220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서울대 석사과정은 2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보인 데 반해, 박사과정은 미달사태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점점 악화되고 있는 고학력 실업도 박사과정 미달사태의 또다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박사 학위를 받아도 실업자 신세를 면키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취업난이 특히높은 기초학문 분야를 중심으로 널리 퍼지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6년 서울대 박사 출신의 취업률은 93%였지만 점차 줄어 지난해 8월 졸업생과 올해 2월 일반대학원 박사과정 졸업생의 경우 순수 취업률이 87.9%에그쳤다. 또 서울대가 이같은 현실에도 불구, `대학원 중심, 연구중심 대학 육성'이라는 목표를 세워놓고 최근 대학원 정원을 꾸준히 늘려 미달사태를 스스로 불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92년 서울대 박사과정의 정원은 2천341명이었지만 2002학년도에는 2천96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첫 미달사태 이후 서울대는 대학원 진학을 독려하기 위해 대학별로 치르던 필답고사를 폐지하는 등 대학원 입시를 간소화하고 영어성적(TEPS)도 최근 2년간성적만을 인정해주다가 올해부터는 본교생에 한해 대학 재학시절 제출한 성적도 인정해주도록 기준을 낮췄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최근 연이은 미달사태로 서울대가 지향해온 `대학원중심, 연구중심 대학 육성'이라는 목표가 무색해졌다"며 "본부 차원에서 중.단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