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취업난에도 그래도 지방은 싫다" 하반기 대기업 취업경쟁률이 평균 67대1에 이르는 등 직장구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비유될 취업난이 심각하지만 지방 벤처기업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서울기업에는 3~4명 뽑는데 수천명이 몰리는 게 예사지만 지방기업들은 "이벤트"를 벌여도 지원자를 거의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대학생들의 "지방 기피현상"은 최근 열린 지방벤처들의 "공동 취업캠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18일 오전 연세대 교정내 학교 상징물인 독수리상 앞.이곳에는 이른 아침부터 3대의 대형버스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버스들은 대전대덕의 15개 벤처기업의 모임인 "대덕밸리벤처연합회"가 "제2의 빌게이츠"를 찾기위한 "2002년 공동 취업캠프"의 하나로 서울로 올려보낸 "드림버스".행사 취지 만큼이나 관계자들의 표정은 무척 밝아 보였다. 학생들이 현지를 직접 둘러보게 되면 벤처에 대한 "동경심"은 더욱 깊어지리라는 기대감에서였다. 하지만 막상 출발시간인 오전 10시에 나타난 학생들은 단 20명에 불과했다. 당초 탑승을 예약한 30명 보다 10명이나 줄었다. 지난 3주간 서울에 올라와 서울지역 각 대학을 돌며 행사를 홍보한 주최측 관계자들의 표정엔 실망감이 역력했다. 결국 이날 버스 한대는 절반만 채운 채,나머지 두 대는 빈 채로 대전으로 향했다. 이에앞서 17일 한양대에 열린 행사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참석자가 겨우 20여명에 불과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취업이벤트"가 실패로 돌아가자 일부 관계자들은 "기업도 대학도 지방을 기피하는 마당에 학생들에게 지방취업을 요구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라며 "이미 예상했던 결과"라고 체념하기도 했다. 행사책임자인 대덕넷의 김영중 홍보팀장은 "학생들이 기업의 장래성이나 비전을 보기보다는 막연한 편견을 가지고 지방 벤처기업엔 아예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학생 김모(25.연대 4년)씨는 "취업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지방까지 내려가야 하는데다 벤처기업의 미래가 불안전해 대부분의 학생이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농주 취업담당관은 "대기업에만 학생들이 몰리고 벤처기업과 지방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편중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학생들의 의식도 문제이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인력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기업문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