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벤처기업 육성정책에 밀려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대전의 제조업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첨단과학도시'로 만들기 위해 벤처기업 위주로 정책이 짜여져 지역경제를 떠받쳐온 섬유 식품 등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침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지역내 제조업체는 현재 6천5백여개. 겉모습만 보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중이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사정은 다르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활로를 못찾고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다. 대전의 전통적 강세 업종인 섬유.식품.공작기계.광학 등은 대부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공작기계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호황이었으나 최근엔 서너곳을 빼곤 자취를 감춰 버렸다. 조립금속도 오십보 백보다. 지난 94년 9백40개 업체에 종업원이 3천9백여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8백여개 업체에 2천7백여명으로 줄었다. 섬유제조 업체는 94년 4백80여개 업체 7천여명에서 3백98개사 4천7백여명으로 감소했다. 대전지역 전통 제조업의 침체는 중국제품 유입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데다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경쟁력도 확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고질적인 인력난에다 대전시의 체계적인 정책 대안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섬유산업 진흥을 위해 '밀라노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해온 대구시에는 턱없이 못미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덕밸리와 연계시켜 기존 제조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전.충남기계공업협동조합 강덕구 이사장은 "대전의 제조업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서는 대덕밸리와 함께 새로운 활로를 찾는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첨단 벤처기업들이 개발한 제품들도 결국 현장에서 숙련 기술자들의 제조.조립과정을 거쳐 제품화돼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만큼 대덕밸리와 기존 제조업의 연계화가 꼭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강 이사장은 "대덕밸리내 연구소와 대학의 산학연계 활동이 기존 제조기반을 거쳐 제품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대전시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