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대신 환경오염에 대해 사후 책임을 명확히 묻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 소속의 박상열 변호사(46).그는 우리나라에선 거의 유일한 환경 전문 변호사로 명성을 굳혔다. 박 변호사가 환경 분야에 전념하게 된 계기는 지난 90년대초.우연히 한 외국계 기업의 공장폐쇄 자문건을 맡으면서부터다. "당시 그 기업은 공장 문을 닫고 지방으로 이전할 계획이었죠.폐쇄된 공장은 아파트 건설 부지로 쓰일 예정이었는데 글쎄 그 땅의 토양과 지하수가 크게 오염된 걸로 조사됐지 뭡니까." 박 변호사에게 의뢰된 사안은 △이 사실을 토지매수인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가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가 △환경당국과는 어떻게 협조할 것인가 △만일 오염된 지하수가 한강에 흘러들어갔다면 어떻게 정화해야 하는가 등이었다. 환경보전에 대한 개념이 약했던 당시 한국에서는 토양이나 지하수 오염에 대한 어떤 규제도 없는 상태였다. 이같은 한국 풍토에서 너무 세심한 외국 기업의 반응에 박 변호사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염은 미리 정화하는 게 훨씬 낫다. 몇십 년 뒤에라도 환경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이라도 걸리면 수백 배의 비용을 물어야 한다"는 외국 기업의 설명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실질적인 규제가 없는데도 환경보전의 책임을 다하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규제보다 사후에 질 책임을 더 무서워했던 것 같아요." 이후 '환경은 규제보다 책임이 우선이다'라는 문구는 박 변호사의 신념이 됐다. 규제만을 강조하면 규제를 피하려는 방향으로 각종 불법 등이 생겨날 수 있는 부작용이 크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은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편이에요. 멀지 않아 외국과 똑같이 기업활동에 있어 환경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박 변호사는 환경과 관련된 법률자문 서비스를 하면서 기업들이 현행 법령상의 규제만을 준수하고 있는지 따지지 않는다. 반드시 장래의 규제까지도 미리 예상해 대비하도록 했다. 뒤에 돌아올 수도 있는 무서운 '책임'을 피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의 이같은 신념은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토양환경보전법 개정법률'이 책임 위주의 내용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론적 근거로 제공됐다. 그는 '책임론'의 관점에서 부산 논현지구,인천 문학산,서울 용산 녹사평역 오염사건에 관한 법률자문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박 변호사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서 쏟아져나온 M&A(기업인수합병) 계약에서 환경과 관련된 문제를 충실히 자문하면서 분쟁을 사전에 막아왔죠.환경법률 서비스 분야를 처음 개척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코스닥등록 환경벤처기업 에코솔루션 황종식 사장) 박 변호사는 "아직 한국의 환경관련 법률은 체계적인 구성을 갖추지 못하고 발전 정도도 늦은 편"이라며 "환경이 21세기 기업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른 만큼 기업들은 철저히 환경법률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