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기관에 의해 `친북인사'로 분류돼 번번이귀국이 좌절됐던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宋斗律.58) 독일 뮌스터대 교수의 입국이 정부 당국의 불허 방침에 따라 다시 무산했다. 송 교수는 10일 저녁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하고 "공안당국의 경직한 태도와 초청자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초청 취소에 따라 35년 만의귀국을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사업회 측은 당초 오는 16일부터 여는국제학술회의 주제발표자로 송 교수를 초청했으며, 송 교수도 발표할 논문 `분단과민주화의 변증법' 원고를 보낸 바 있다. 송 교수는 남북이 화해의 길로 가고 있고, 황장엽 씨와의 재판문제도 일단락된데다 회의 기간에 자신의 저서 `경계인의 사색'이 국내에서 출간될 예정에 있는 등여러 정황을 고려해 이번에는 꼭 귀국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와 국정원 등은 지난 2일 사업회 측의 입국 허가 여부 문의에 대해 "입국이 거부될 수도 있다"는 회신을 보냈으며, 사업회는 9일 전자우편을 보내 "초청을 취소할 수 밖에 없음"을 통보해 왔다고 송교수는 말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사업회는 이 서신에서 ▲사업회 출범 이후 첫 국제행사가 송교수 입국 문제로 잡음이 생겨 학술행사의 근본 취지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고 ▲대선 국면에서 사업회가 보수세력의 포화를 맞을 구실을 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사업회는 산하 연구소 학술연구부장 명의의 이 서신에서 사업회가 국가 예산으로 움직이는, 민주화를 기념하는 중요한 공개 조직이지만 아직 역량이 미약하므로상황이 좋아지면 송 교수의 초청을 적극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이날 발표한 성명과 기자 간담회 자리의 설명을 통해 "귀국 좌절의 근본 배경은 남북이 민족 화해 역사의 장을 연 지도 오래 됐고, 지금 부산에서 남북이 어울려 감격의 나날을 보내는 순간에도 수 십 년 내려오는 정치적 관행을 좇아온 공안당국의 경직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송 교수는 무엇보다 주최 측이 이미 예약됐다던 비행기 표를 보내지 않으면서 아예 초청을 취소하는 사태는 처음 있는 일이어서 당혹스러웠다면서 사업회측이 밝힌 취소 배경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최악의 경우 인천공항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귀국 길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정작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초청을 취소함에 따라 더는 귀국을 강행하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