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7만대의 서울시 택시에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한 '피커폰' 전화통역 서비스가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통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서비스 수준이 낮아 주고객인 택시기사가 피커폰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관광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도 서비스를 중단할 수 없다며 시민의 세금으로 매달 3천2백만원 가량을 서비스업체에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피커폰측은 이 정도 액수로는 인건비도 감당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전화 통역서비스는 월드컵 기간 중 이용건수가 하루 3천통으로 반짝했으나 요즘은 1천통 꼴로 줄었다. 법인택시 운전사 김수권씨(38)는 "최근 스페인 사람을 태우고 공항에서 충무로까지 가는 데 통역원과 손님간에 의사소통이 안돼 애를 먹었다"며 "월드컵 동안엔 그래도 괜찮았는데 요새는 서비스 질이 나빠진 것 같아 웬만하면 혼자 힘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