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어둠이 짙게 내린 부산 다대포항의 검푸른 바다위에 한반도기를 내걸고 흰 색으로 우뚝 서있는 '만경봉-92호'. 이 배가 7일 밤 바다를 활짝 밝히면서 남북간의 화해를 상징하듯 사상 최초로 남측 손님들을 맞았다. 만경봉-92호를 숙소 삼아 지내던 북측 응원단의 대부분은 이날 오후 마산에서열린 여자축구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빠져나가 배 안은 한가함과 여유로움까지 느껴졌다. 만경봉-92호는 안상영 부산시장 등 처음으로 남측 손님을 맞는데 최대의 예를갖췄다. 장창영 선장은 정복 차림으로 문 앞에서 낯선 남측의 탑승객들을 안내했다. 그러나 선박의 바닥은 그야말로 발을 내딛기가 민망할 만큼 깨끗했다. 진수된지10년이 넘었지만 배 안은 세월을 쉽게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새로 페인트칠을 한 것 같은 갑판은 선원들의 부지런함과 첫 남행길에 앞선 만경봉-92호의 준비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또 음식을 나르는 북측 봉사원 아가씨들은 흰색 남방에 검정색 치마, 나비넥타이로 한껏 멋을 부리고는 연발 "식기 전에 음식을 드시라"며 배에 오른 첫 남측 손님이 혹시 찬 음식을 먹게될까 노심초사했다. 92년 진수 이후 일본과 북한을 오가면서 재일 조선인총연합회 관계자들을 실어나르는 임무를 부여받아서인지 만경봉-92호 곳곳에는 일본와 총련을 염두에 둔 흔적이 역력했다. 매대(상품을 파는 곳)에는 '모리나가' 등 일본제 과자류와 담배가, '경옥고' 등북한제 한방약품들과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또 계단 곳곳에는 총련을 고무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타계한 김일성 주석의발언들이 금색 글씨로 장식돼 있었다. 특히 4층 계단에는 김 위원장이 92년 만경봉-92호를 찾는 장면이 대형사진으로 걸려 있었다. 만경봉-92호의 한 선원은 "이 배는 주로 일본을 오가면서 총련 동포들과 북쪽에오려는 일본인들을 실어나른다"며 "올해에도 20여차례 운항을 했다"고 말했다. 만찬이 진행되는 동안 남측 손님들에게 뜨거운 정을 보여줬던 만경봉-92호 선원들은 "또 오세요"라는 말로 잠깐의 만남을 아쉬워하면서 재회를 기대했다. (부산=연합뉴스)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