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올해의 우리말 으뜸지킴이로 뽑혔고 회사이름을 영문 머리글자로 바꾼 KT(옛 한국통신)는 으뜸 훼방꾼의 불명예를 안았다. 아동문학가 이오덕씨 등이 참여하고 있는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은 556돌 한글날을 이틀 앞둔 7일 올해 우리말을 지키거나 훼손하는데 앞장선 개인과 단체 10명(곳)씩을 선정했다. 이 모임은 박정희 정권 시절 터널을 순우리말인 '땅굴'이나 '맞뚜레'로 하자고 건의했다가 수사기관에 끌려가 고초를 겪고 문익환씨와 함께 학교현장에 '새내기'라는 말을 퍼뜨린 백기완씨를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뽑았다. 순우리말 회사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빙그레와 법률문구 한글쓰기를 주도해 온 박관용 국회의장, 법조문의 한글화에 힘쓰고 있는 법무부 등도 우리말 지킴이로 선정됐다. 반면 한국통신이란 우리말을 버리고 영문 머리글자로 회사이름을 바꾼 KT에 대해 우리 말글살이를 혼란스럽게 한 책임을 물어 우리말 으뜸 훼방꾼의 꼬리표를 붙여주었다. POSCO(옛 포항제철)도 같은 이유로 훼방꾼으로 선정됐으며, 산업자원부와 교육부는 우리말을 천대하거나 엉터리 국어교과서를 만든 점 때문에 우리말 훼방꾼으로 뽑혔다. 영어 공용어 주장을 공론화한 소설가 복거일씨는 2000년 으뜸 훼방꾼에 뽑힌 이후 다시 훼방꾼으로 선정됐고 인터넷 통신상에서 말본과 맞춤법을 어긴 말글을 퍼뜨린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들도 훼방꾼으로 뽑혔다. 이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우리말 운동가 이대로(56)씨는 "지난 1년간 누리그물(인터넷)을 통한 추천과 자체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을뽑았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지난 98년 결성돼 초등교사와 대학생 등 1천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해마다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박기성 기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