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상 최대 규모의 마약조직을 검거할 수 있었던 데는 이번에 처음 시도한 '자금추적' 기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자금추적을 통해 마약을 사고 판 돈의 흐름을 파악하게 되자 마약거래 규모는 물론이고 조직 계보까지 차례로 드러나면서 일망타진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조직들의 거래 방식이 '직접 만나 돈과 마약을 교환하는 방식'에서 '온라인으로 돈을 부친 뒤 퀵서비스로 마약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첨단화'하면서 검찰 수사 방식도 '업 그레이드'됐다. 검찰이 본격적인 자금추적에 나선 것은 올 2월께.필로폰 사범을 수사하던 중 발견한 10여개 예금계좌가 단서가 됐다. 검찰은 4월께 전담팀을 설치,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의 전문가를 초빙,마약수사 요원들에게 자금추적 기법을 배우게 했다. 검찰은 공급책과 판매책 자금부터 추적한 다음 여기에 연계된 출처 불명의 돈줄을 하나씩 따라잡는 방법으로 연루 조직을 차례로 격파해 마침내 사상 최대의 마약조직을 검거했다. 신무기인 '자금추적 방식'을 개발하기 전 한동안 검찰은 인터넷으로 무장한 마약사범들을 추적하는 데 고전했다. 마약 밀거래 '현장'이 '사이버'로 옮겨 가면서 마약조직원을 '정보원'으로 포섭해 거래정보를 알아내 현장을 덮치는 구식 수사는 한계를 드러냈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마약상을 검거해도 이들의 진술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관련자 몇명을 검거하는 데 그쳤다"며 "이번에 자금추적 자료를 근거로 추적한 결과 소매상에서 밀수책까지 꼼짝 없이 걸려들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