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애가 왕따(집단 괴롭힘) 없는 극락에서 편히눈을 감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난 8월28일 '세상살이가 험난하다'며 음독 자살한 충남 예산군 모 중학교 3학년 강 모(16)양의 아버지 강 모(49)씨는 "숨진 큰 딸이 동료 학생들에게 오죽 시달렸으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끊었겠느냐"며 "딸애의 영혼이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왕따당한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강씨는 큰 딸이 학생들의 집단 괴롭힘 등으로 인해 자살한 것이라며 가해학생들을 명확히 가려 처벌해 달라는 진정서를 예산경찰서에 제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강양의 가족들은 "사고 당일 큰 딸은 점심시간에 동료들로부터 자기들이 앉을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로 심한 말을 들었으며 '세상살이가 너무 험난해 먼저 가니 용서해 주세요'라는 유서를 가족에게 남겼다"고 밝혔다. 또 강양이 남긴 수첩에는 자신을 괴롭혔다고 생각되는 10여명 학생들의 이름과 구체적인 피해사례까지 깨알같이 구체적으로 나열해 놓고 있었다. '애들이 뭐 좀 써달라', '나한데 욕하고 놀리기도 한다', '나와 짝궁이 되었다고 내가 있는 옆에서 뭐라고 그랬다', '내 책상을 발로 참' ... 특히 강양의 가족들은 "강양이 숨진 다음날 해당 학생의 학부모와 운영위원들이한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입을 맞췄다"며 "사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뒤 이 학교에 다니던 강양의 여동생(2학년)은 타 학생들의 눈길을 견디지 못하고 인근 중학교로 전학을 가야만 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교장은 "강양이 남긴 수첩에 적혀 있던 학생들을 소환해 조사를 했으나 괴롭힘을 한 사실이 없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도덕적 책임을 통감하고 유족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산=연합뉴스) 이은중기자 j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