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금암 2파출소 경관 피살사건이 25일로 사건 발생 일주일째를 맞았지만 범인의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아 수사가 장기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출소 내 경찰관이 피살당하고 총기까지 탈취당한 경찰 사상 초유의 사건은 완전 범죄를 노린 범인의 지능적인 범행으로 자칫 미궁(迷宮)에 빠질 우려를 낳고 있다. 경찰은 지난 20일 새벽 사건발생 직후 26일 현재까지 목격자들이 지목한 유력용의자 15-20여명과 인근 불량배, 정신이상자 등 일반 용의자 300여명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이들 유력 용의자중 사건현장 인근 빌라거주자 정모(27)씨는 집에서 나온 칼과 옷의 혈흔 자국이 DNA검사에서 음성반응을 보였으며 흉기와 옷가지에 대한감식작업이 진행 중인 정신이상자 윤모(30)도 범인일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로 경찰이 사건 초기 강한 의심을 품었던 인물의 대부분이 용의선상에서 벗어났다. 따라서 경찰은 사건 당일 현장에서 택시를 타고 김제 백구까지 간 30대 초반의 남자를 현재까지의 가장 강력한 용의자로 보고 소재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당시 택시에 탄 용의자가 실내등을 곧바로 끈 데다 운전사를 돌아보지 못하게 해 몽타주 작성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용의자 신원파악이 한 마디로 `백사장에서 바늘찾기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통상 수사과정에서 결정적 단서가 되는 사건 현장에서 지문과 족적 채취작업이 이번 사건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수사 난항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경찰은 사건발생 이틀동안 금암파출소 내부와 후문, 담장 등에서 80여점에 가까운 지문과 족적을 수거해 감식작업을 벌였으나 모두 이번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드러나 수사에 전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30여년간 경찰 수사를 했지만 현장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단 한개의단서도 발견하지 못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베테랑 수사관의 말은 이번 사건에대한 수사의 험난함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따라서 경찰은 현재 전적으로 시민들의 제보에 의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건발생 초기 내걸었던 현상금 1천만원을 지난 24일 다시 2천만원으로 올려 시민들의 제보를 유도한 결과, 요즘 하루에 많게는 10여건이 넘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지만 범인의 윤곽을 파악할 만한 신빙성 있는 제보가 없어 수사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사 관계 일각에서는 수사방향을 놓고 "이번 사건을 원점으로 돌려놓고 여러모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권총을 탈취한 범인의 추가범행이 우려 되는 속에서 조속한 범인 검거만이 제 2의 강력사건을 방지하고 실추된 경찰의 위상과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다는점에서 이번 사건 수사 관계자들의 정신적인 재무장과 경찰청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시점과 잔혹한 살해수법 등으로 미뤄 이번 사건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면식범의 소행으로 확신하고 있지만 뚜렷한 단서가 없어 수사가 오리무중(五里霧中)인 상태"라면서 "시민들의 불안을 하루빨리 해소하기 위해 서라도 범인 검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 임 청 기자 limche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