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추석잔치가 될 것 같아 기쁨보다는 슬픔이 앞섭니다." 국내 중국동포들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22일 뜻깊고도 아쉬운 축제의 한마당을 펼쳤다. 중국동포 1만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에서 서울조선족교회 등이 마련한 '제4회 중국동포 추석대잔치'에 참석,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고국에서의 추석연휴를 즐겼다. 매년 열리는 행사지만 여느 해와 달리 중국동포들의 환한 얼굴 한쪽에는 어두운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지난 7월 정부가 주로 중국동포들인 국내 불법체류자에 대해 내년 3월 말까지 강제출국키로 방침을 정해 어쩌면 이번 추석이 고국에서의 마지막 명절이 될지도 모른다는 착잡함이 가슴 한구석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모인 중국동포들은 주최측이 마련한 연날리기, 그네타기, 널뛰기, 씨름 등 민속놀이를 즐기며 불법체류자로서의 설움을 잠시나마 잊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송편 등 전통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도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권병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과 한승헌 사회복지공동모금 대표, 서경석 목사도 자리를 함께 해 고국에서 추석을 맞은 이들을 위로했다. 이어 국내 유명가수들의 축하공연이 곁들여진 한 방송사의 '중국동포와 함께 하는 전국노래자랑'에서는 불법체류 신세인 동료가 TV를 통해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못내 감격스러운 듯 출연자 한명 한명이 무대에 나설때마다 열띤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조선족교회 최황규 목사는 "매년 하는 행사지만 중국동포들에게는 오늘이 고국에서의 마지막 추석잔치가 될지 모른다"며 "오늘은 불법체류자인 중국동포들을 위로하고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는 자리"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불법체류자 강제출국 등 정부의 외국인력제도가 시급히 개선돼야 하고 고용허가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중국동포들은 곧 쫓겨난다는 자신들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태풍으로 인해 '수마'의 시름에 잠겨있는 수재민을 위한 즉석 모금 행사를 열어 끈끈한 민족애를 보이기도 했다. 이태명 기자 ch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