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공기가 남쪽에서 공식적으로 게양되는것은 불과 몇 해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반공을 국시로 삼고 있는 한국에서 인공기는 주적을 대표하는 절대적인 금기의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인공기가 36억 아시아인들의 화합 마당인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분단이후 처음 깃발을 펄럭이게 됐다. 16일 오전 11시 아침부터 가을비가 내리던 부산 BEXCO의 국기광장. 인공기는 일본의 일장기와 중국의 오성홍기 사이에서 부산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다른 43개국 국기와 함께 빗방울을 맞으며 서서히 하늘로 고개를 들었다. 국기 게양식때 흘렀던 국가는 당연히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되는 애국가였다. 분단이후 인공기가 한국에서 처음 공식 게양되듯이 애국가 연주와 인공기 게양이 동시에 이루어진 것도 두 말할 필요없이 처음이다. 지난 달 연합뉴스가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6.8%가 인공기 게양에찬성의사를 보였다. 그만큼 우리 국민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성숙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게양식을 지켜보던 정부 관계자는 "인공기가 남쪽에 게양되는 선례를 우리가 만들었으니 북쪽에서 태극기가 휘날릴 날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인공기 게양과 개막식 동시입장때 한반도기를 드는 방안에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최근 남북한은 이산가족 만남과 경의선.동해선 철도연결, 교향악단 합동 연주 등 각 방면에서 교류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통일 아시아드'로 불리게 된 부산아시안게임은 남북한 선수들이 매트와필드에서 함께 달린 뒤 선의의 악수를 하고 부둥켜 안는 장면을 전 국민에게 보여줄것이다. 또한 `애국가 연주속에 게양된 인공기'는 7천만 한민족이 정치적인 이념을 떠나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통일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