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투명성은 기업과 국가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다. 최근 잇따라 터져나온 회계부정 스캔들이 세계경제에 미친 영향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회계감사를 맡은 공인회계사와 회계법인의 역할이 그만큼 막중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IMF경제위기를 거치면서 회계법인은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 엘리트 집단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기업의 파수꾼이면서 동시에 경영활동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회계법인의 파워리더를 소개한다. -------------------------------------------------------------- 올해 창립 31주년을 맞은 삼일회계법인은 "회계법인 업계의 삼성"으로 통한다. 회계사 수나 매출규모 등 거의 전 부문에서 다른 회계법인을 압도하면서 절대강자의 지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9월 현재 삼일회계법인에 소속된 공인회계사(KICPA)는 수습회계사를 포함해 1천2백74명에 이른다. 2001회계연도 매출액은 2천1백7억원으로 전체 회계법인 매출액의 32%를 차지했다. "빅5" 가운데 나머지 4곳의 매출액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로 "빅5"가 아니라 사실상 "1강4중"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외형뿐만이 아니다. 삼일의 역사는 곧 한국 회계법인의 역사로 통한다. 1978년 국내 최초로 결합재무제표를 도입했고 1983년에는 반덤핑 대응서비스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조세관련 내용을 집대성한 "삼일총서"를 발간하는 등 삼일이 시작한 업무는 바로 국내 "회계사(史)"가 될 정도다. 삼일이 회계분야에서 선구자 역할을 해온 것은 서태식 회장의 "인재 제일주의"경영에 힘입은 바가 크다. 서 회장은 직원들에게 "삼일이라는 '도장(道場)'에 입문했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삼일이 직장을 떠나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워가고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가는 "배움의 터"라는 의미다. 서 회장은 "눈앞의 이익을 좇기보다는 장기적인 시간을 통해 발휘할 수 있는 큰힘의 원천을 만들어간다는 뜻의 "우회축적"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1964년 삼일의 전신인 기아합동회계사무소를 설립한 서 회장은 회계의 불모지나 다름 없던 시절부터 선진 회계지식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많은 인재를 육성,업계의 맏형 역할을 해왔다. 세계최대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삼일과 30년동안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온 것도 서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서 회장과 함께 삼일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로는 EXCOM(최고집행위원회) 멤버인 오세광 부회장,황창연 부회장,이노창 부회장,안경태 대표 등을 꼽을 수 있다. 오 부회장은 1980년 삼일에 합류했지만 강한 추진력과 빠른 판단력으로 삼일을 양적으로 한단계 레벨업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는 고교 졸업후 선친이 운영하던 경북 봉화의 탄광에서 3년간 광부일을 하면서 독학으로 대학에 입학,3학년때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황 부회장은 서 회장과 함께 삼일을 공동창업한 뒤 집안살림을 주로 맡으면서 내실경영에 주력해 왔다. 기획조정실을 책임지고 있는 문택곤 대표는 회사의 기획업무와 품질관리를 총괄하면서 삼일이 질적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문 대표는 회계감사 이론에 대한 저술서를 많이 남겼으며 한국공인회계사회의 회계감사기준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우리나라 회계 감사기준 제정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ABAS(감사자문부),TLS(세무자문부),MCS(경영자문부) 등 삼일의 현업조직에도 막강 멤버들이 포진해 있다. 전체 인원의 75%를 차지하는 ABAS부문은 안경태 대표가 책임지고 있다. 안 대표는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위원,국무총리실 정책평가위원,행자부 책임운영기관 경영평가위원 등 다수의 정부 및 정부투자기관 관련업무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정보통신산업부문의 자문에 있어서는 국내 1인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이계안 현대캐피탈 회장 등과는 서울대 경영학과 71학번 동기생이며 적극적인 성격으로 대인관계의 폭이 넓다. TLS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이노창 부회장은 삼일 세무자문부서의 태동과 발전을 이끌어온 인물.5년에 걸쳐 삼일총서를 완성,삼일이 회계감사뿐만 아니라 세무부문에서도 국내 최고 위상을 갖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