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이 바뀌고 있다. 바쁜 일상에 맞춰 명절 풍속도도 실용화, 간소화되는 쪽으로 변화하면서 조상들을 위한 차례상도 손수 음식을 챙기기 보다는 전화 한통화로 해결하는 '맞춤차례상'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음식을 먹고 남길 정도로 푸짐하게 차리던 차례상 음식도 차례를 지낸뒤 가족들끼리 나눠 먹을 수 있을 분량으로 간단해 지고 있고, 일부 초코파이 등 과자류를 올리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도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 맞춤차례상 주문 쇄도 = 16일 맞춤차례상 전문업체들에 따르면 20만원 가량의 가격으로 추석 전날이나 추석 당일 새벽에 음식을 만들어 배달해주는 추석 맞춤차례상 주문이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다례원' 대표이사 이성수(45)씨는 "작년에 하루 20여통 받던 맞춤상에 대한 문의전화가 올해는 50여통으로 늘었다"며 "차례 음식은 추석 하루 전날 모두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주문을 받는데 한계가 있어 모두 받지는 못하지만 작년보다 20-30%정도공급량을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예년에는 여성들이 몰래 맞춤상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오히려 남성이나 노인들이 손수 맞춤상을 찾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며 "간편하게차례를 지내려는 의식이 남성이나 노인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효원'의 대표이사 강금자(38)씨도 "추석 차례상 문의가 작년보다 두배 이상 늘었고, 남자나 노인이 주문하는 경우가 60%"라며 "`제사음식은 자손이 만들어야 한다'는 의식이 `마음만 정성을 들이면 된다'라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차례 음식 '거품 빼기' = 인터넷상의 `아줌마'들을 겨냥한 커뮤니티에는 추석.명절음식을 간소화하고 실용화하자는 의견이 대세다. 특히 수마가 할퀴고 간 올해의 경우 높아진 장바구니 물가와 수재를 당한 이웃을 생각해 음식을 더욱 간소화하고 나머지를 수재의연금으로 제출하자는 제안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인터넷 커뮤니티 아줌마 닷컴(http://www.azomma.com)의 주부네티즌 `ng2100'씨는 "올해 수해를 입은 주부들이 많고, 채소.과일값도 급상승한 만큼 먹지도 않는 불필요한 음식을 줄이고 나머지를 수재의연금으로 보내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주부 한모(38.서울 광진구 능동)씨는 "명절풍습이 간소화되는 추세에 따라 차례음식 종류도 바뀌고 있다"며 "옛날 차례 음식들이 요즘 아이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지난해부터 차례상에 약과 대신 과자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대 주부 우모(27.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차례 지낸후 음식 치우고 설겆이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던 시어머니때와는 달리 음식은 간단하게 장만하고 나머지 시간에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는 등 여성들도 함께 명절을 즐기는 쪽으로 분위기가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