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까지 침수된 주택에 남아 있던 생후 2개월된 강아지가 물이 빠진후 12일만에 생환해 복구작업에 지친 주민들에게 환한 웃음을 안겨줬다. 최형갑(44.한국수력원자력㈜ 배관부 과장.강원도 강릉시)씨는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달 31일 새벽 삼척시 사직동에 사시는 노모집이 걱정돼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날이 밝았지만 길이 끊겨 갈 수도 없었다. 이날 오후 6시께 목까지 물이 차오른 상태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모는 이웃의 도움으로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집에서 애지중지 기르던 염소와 어린 강아지는 미처 데리고 나오지 못하고 지붕 위에 올려놓았다는데 다음날 물이 빠지고 보니 지붕 위에 있던 염소는 뒤뜰에서 죽은채로 발견이 됐고 어린 강아지는 실종됐다. 덩치가 큰 종류이긴 하지만 겨우 젖을 뗀 어린 강아지라 흙탕물에 휩쓸려 죽은 것으로 여기고 체념했다. 지난 11일, 손도 대지 못할 정도로 망가진 주택 철거작업을 하던중 무너지는 용마루에서 강아지가 탈진 일보직전 상태에서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아무 것도 먹지 못한채 11박12일을 버틴 것이다. 작업중이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기뻐하면서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반겼다. 즉시 동물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해줬더니 곧 건강을 되찾았다. '깜돌이'로 불리는 이 강아지는 온 동네의 꽃이 되어 수재민들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해주고 있다. 동네사람들은 깜돌이가 뛰도는 모습을 보며 수마가 할퀴고간 상처가 이렇게 아물어 갈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삼척=연합뉴스) 박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