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초 혈우병 환자들이 에이즈 감염 혈액으로만든 국산 혈우병 치료제를 투여받은 뒤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국내 의학자의 주장에대해 보건당국이 즉각 재조사에 들어가기로 해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조사결과, 혈액제제로 인해 혈우병 환자들이 에이즈에 집단감염된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커다란 사회적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보건원은 13일 혈액학과 미생물학, 역학, 약학 등의 전문가들로 조사반을구성, 울산의대 미생물학교실 조영걸 교수가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주장한내용에 대해 신속한 재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이를 통해 보건원은 조 교수 주장의 진위여부를 확실히 가린다는 방침이다. 조사결과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관련 제약사에 대해 관련 제품 제조정지 처분은 물론 손해배상 청구 등 엄정한 의법조치를 내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조 교수의 발표내용이 잘못된 것으로 확인되면 조 교수 개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해명토록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지난 92년 이 문제가 불거진 이후 보건당국이 내로라하는국내 전문가들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2년여간에 걸쳐 역학조사를 벌였는데도 뚜렷한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했던 점을 들어 이번에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당시 보건원은 국내 유전자 분석학의 대가인 서울대 김선영 교수와 고려대 염용태 교수에 의뢰, 혈액제제 투여후 에이즈 감염 주장 혈우병 환자 4명과 일반 에이즈환자 4명, 매혈자 등 모두 15명의 에이즈 감염자에 대해 유전학 검사와 역학조사를실시했지만 환자들이 같은 에이즈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됐다거나 상호감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만한 결론을 얻지 못했다. 아무튼 재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사건은 이미 80∼90년대 미국, 일본,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에서 사회적 문제가 됐던 혈우병 치료제에 의한 에이즈 감염사고가 국내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는 점에서 혈액제제에 대한 보건당국의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