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휩쓸고 간 제15호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학교들도 심각한 피해를 당한 가운데 아폴로 눈병이 전국적으로 확산, 수업결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올해는 지난 5월 황사로 인한 휴교에다 6월에는 월드컵으로 인한 자율휴업 등까지 겹쳐 유난히 수업을 하지 않은 날이 많았기 때문에 연간 220일로 규정된수업일수를 맞추는 데 비상이 걸렸다. 이에따라 각급 학교들은 매년 12월 중순께 시작하던 겨울방학을 내년 1월초순이나 중순께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중이며 일부 학교는 특별 보충수업 편성을 검토하는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학교도 태풍 피해 심각 =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가 가장 컸던 강원도의 경우 도내 학교 및 교육 시설 70곳이 침수 또는 파손돼 52억2천500여만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강릉지역 26개 초.중.고교가 침수됐거나 훼손된 것을 비롯해 삼척 12개교, 속초 11개교, 동해 8개교, 정선 5개교, 영월과 평창 각 1개교 등 모두 54개 학교가태풍 피해를 입었다. 이번 태풍 피해로 지난 2일 현재 101개 학교가 수업을 하지 못하고 휴교했으며수해지역 7개 시.군지역 23개 학교에서 이재민 1천600여명을 수용했다. 이밖에 경남에도 산청고등학교 등 8개교가 침수 또는 매몰돼 28억3천80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입는 등 전국적으로 학교의 피해도 커 아직까지도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병 확산 비상 = 태풍이 지나간 직후부터 초.중.고교 학생들 사이에 이른바`아폴로 눈병'으로 불리는 급성 출혈성 결막염이 급속히 번져 또다시 전국적인 휴교사태가 빚어졌다. 전남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학생들의 눈병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지난 2일 1천220개 학교에서 4만6천433명이었던 감염학생수는 지난 9일 현재 전국 8천983개교 82만781명으로 급증했다. 이로인해 휴교한 학교는 지난 2일 8개교에서 7일에는 1천99개교로 늘어났다. 눈병은 기온이 점차 떨어지면서 확산추세가 주춤하고는 있지만 잠복기 때문에 뒤늦게 발병하는 학생이 적지 않은데다, 특성상 면역이 안돼 2차감염의 우려도 있어 앞으로도 상당기간 학교 수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 B중학교의 한 교사는 "휴교후 다시 수업을 재개했지만 아직도 교실당 10여명의 학생들은 등교를 못하고 있다"면서 "교과진도도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연간 수업일수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겨울방학 시작 늦어져 = 월드컵과 황사로 인한 휴교일수를 메우기 위해 올 여름방학이 예년에 비해 3일 가량 짧았던데 이어 올 겨울방학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지역의 경우 매년 12월20일을 전후해 겨울방학에 돌입했던 초등학교들의 경우 올해는 12월30일께로 겨울방학 시작을 늦출 계획이다. 게다가 중.고교는 학사일정 개선을 위해 내년초 봄방학을 없애는 대신 내년초에방학을 시작한 뒤 3월초 개학과 함께 곧바로 신학기에 돌입하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해 올해는 겨울방학 시작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컸던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수업일수를 맞추기 위해 특별 보충수업까지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수업결손을 메우기 위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수업에 차질을 빚을 만한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학사일정의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휴교나 방학일자는 학교장 재량사항이지만 수업일수나 교과진도에는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