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직원이 신속하고도 침착하게 대응해 강도를 물리쳤다. 제주도 서귀포시 상효동 서귀포농협 상효지소에 2인조 복면강도가 침입한 것은 5일 오후 2시 20분께. 당시 상효지소에는 전체 직원 4명 가운데 2명이 쌀 배달과 식사 등으로 자리를 비웠고 현성우(47) 지소장과 출납담당 직원 김철우(31)씨 등 2명만 남아있었다. 검정 색 옷 차림에 붉은 색 소화기를 들고 농협지소 출입문으로 들어서는 '수상한'사람들을 본 현 소장은 처음에 무슨 훈련하는 사람들로 착각했다. 착각도 잠시. '꼼짝마'라고 외치면서 본색을 드러낸 강도는 소화기의 분말을 뿌려댔고 뒤따라 들어온 다른 1명의 강도는 오른 손에 흉기를 들고 창구 영업대 위에 올라섰다. 출납 창구에 있던 직원 김씨는 잽싸게 뒷문으로 빠져나가 112에 신고했고 책상밑으로 자세를 낮춘 현소장은 파출소와 사설 경비업체에 연결된 비상벨을 누른뒤 책상 오른쪽 아래 서랍에 넣어뒀던 가스총을 꺼내 흉기를 든 강도를 향해 두번 발사했다. 강한 최루가스를 맞고 견디지 못한 강도는 곧 바로 영업대에서 내려가 출입문을 빠져나갔고 소화기를 뿌리던 강도도 소화기를 버려둔 채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 현 소장은 곧바로 뒤따라 나가 범인들이 타고 달아나는 차량의 번호를 확인하는 민첩함도 보여줬다. CCTV에 범인들이 녹화된 시간은 단 12초. 강도의 협박에 꼼짝 못하고 위축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침착한 대응이 아무런 피해도 없이 깨끗하게 강도를 물리친 것이다. 현 소장은 "처음 당하는 일이라 상당히 긴장됐었다"며 "무장강도 침입시 몸을 낮추는 상황에 대비해 가스총을 맨 아래 서랍에 넣어두고 마음 속으로 비상벨과 가스총을 사용하는 연습을 해둔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제주=연합뉴스) 홍동수 기자 ds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