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있어도 어떻게 좀 참아보겠어요. 3일째 씻지 못했더니 아이들은 이제 몸이 가렵다고 난리예요" 수해 4일째를 맞은 충북 영동군내 500여명의 이재민들이 섭씨 30℃를 웃도는 무더위와 흙먼지 속에서도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마실 물과 옷가지 등 생필품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 지역 학교와 교회. 마을회관 10여곳에 분산 수용된 이재민들은 날이 밝으면 흙 범벅된 집을 찾아 수해 쓰레기를 치우고 가재도구를 정리하느라 흙먼지와 무더위에 시달리니 뒤 몸조차 씻지 못하고 수용시설을 찾아 모기와 싸우며 새우잠을 청해야 하는 불편에 시달리고 있다. 이재민 김동일(41.상촌면 임산리)씨는 "무더위에 목이 타들어가도 마실 물이 없다"며 "복구작업으로 땀에 범벅된 몸과 옷을 초강천의 누런 흙탕물에 대충 씻는 게 고작"이라고 불편을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약자나 어린이 가운데는 벌써부터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르거나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피부병 환자까지 생겨나고 있다. 영동군보건소는 인접 시.군에서 지원받은 방역차량 6대와 휴대용 소독기 50여대를 총동원해 밤낮없이 수해지역을 돌며 전염병을 막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식사와 화장실 사용도 말이 아니다. 지칠대로 지친 이재민들은 동이 트면 아침도 거른 채 복구현장을 찾아 땀을 흘린 뒤 점심과 저녁 두 차례 면사무소에 마련된 공동 급식장을 찾아 하루 식사를 때운다. 손직석(55.황간면 남성리)씨는 "자원봉사자들이 라면 등으로 아침식사를 준비해 주지만 일손이 모자라 한가롭게 아침식사할 시간이 없다"며 "면에서 나눠주는 빵조각 하나로 아침을 때운다"고 말했다. 동 틀 무렵 사용가능한 화장실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군내 전역에 수돗물 공급이 4일째 끊겨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게 된 데다 웬만한 재래식 화장실은 예외없이 범람한 토사에 매몰됐다. 이 때문에 역과 터미널을 비롯, 사용가능한 일부 학교 화장실 등에는 매일 아침용변을 보려는 이재민들의 행렬이 수 십m씩 이어지고 있으며 기다리다 못해 야산 등에서 용변을 보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김희순(37.여.황간면 남성리)씨는 "집이 물에 완전히 잠기는 바람에 약 300m떨어진 황간역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데 어린 아이들이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동군 재해대책본부는 이재민들의 생활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해지역에 생수공급을 늘리고 이동식 화장실 50여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영동=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