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해안초소에 경계 근무중인 군장병이 간발의 차로 탈선위기에 놓인 열차를 세워 대형 사고를 막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제 15호 태풍 루사로 인해 강릉지역에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 지난달 31일 오전8시께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성재터널 부근에서 대공초소 근무를 하던 우성훈(21)상병과 차훈(21)일병은 초소 인근지역에 산사태 발생 조짐을 보여 철책이 무너질 우려가 있자 중대장에게 긴급 보고를 했다. 보고를 받은 중대장 박진만(30)대위는 곧바로 현장을 확인하고 7명의 병사들과 철책 해체작업을 하던 중 낙석으로 인해 인근 영동선 철로가 10여m 가량 유실된 것을 발견했다. 그 순간 시계를 본 병사들은 동해발 1243호 통일호 열차가 지나갈 시간임을 확인하고는 쏜살같이 유실된 철로 전방지역으로 내달았다. 150여m를 달려간 병사들은 정동진에서 강릉방면으로 운행하고 있던 열차를 보고 일제히 손을 X자 형태로 들어 멈추라는 고함과 함께 수신호를 보냈으며 폭우속에서도 이를 확인한 기관사가 열차를 급정거 시켰다. 열차는 병사들이 수신호한 곳을 지나쳐 철로가 유실된 지점에서 불과 30여m 떨어진 곳에 간신히 멈췄다. 당시 열차에 타고 있던 50여명의 승객들은 그야말로 간발의 차로 귀중한 목숨을건지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병사들은 이어 정동진과 안인, 강릉역 등에 휴대폰으로 열차가 후진해 되돌아간다는 연락을 취했으나 폭우로 통신이 두절되자 대전역에 상황을 알려줘 열차운행을 정지시켜 2차 사고도 미연에 막았다. (강릉=연합뉴스) 김영인기자 kimy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