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 복구작업이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관계당국의 안일한 재해대책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태풍이 엄청난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만큼 불가항력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체계적인 방재시스템만 마련됐더라도 이번 만큼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다. 시가지를 끼고 흐르는 하천과 도심을 흐르는 하천이 범람,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고 철교 상판이 무너져 내리는 등 큰 피해를 본 경북 김천의 주민들은 이번 피해가 김천시 등의 주장과 달리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人災)'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김천시 등 행정기관이 감천과 직지천 등 하천에 대한 준설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이들 하천 주변의 농경지를 무분별하게 개발, 이 주변의 홍수 조절능력이 상실돼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또 김천 시가지를 끼고 흐르는 감천을 가로지르는 경부선 감천철교를 비롯해 이번 태풍에 교각이 유실되거나 끊어진 전국의 9개(경부1, 영동5, 정선3) 철교도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철도청이 실시한 점검에서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했다. 뿐만 아니라 철도청이 50년 이상된 주요 간선철도에 대해 예산부족을 핑계로 최소한의 유지.보수에만 급급해 온 것도 사상 초유의 '전국 철도마비'를 불러 왔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집중호우 때 낙동강 둑이 터지면서 수몰됐다 20여일만에 또다시 수해를 당한 경남 합천군 천덕면 일대에서도 행정기관의 안일한 대책으로 또다시 재난을 맞았다며 당국의 무성의한 대책을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집중호우 이후 물이 완전히 빠지고도 합천군 등이 10일 가깝게 주민들의요구를 묵살한 채 응급복구를 하지 않고 있다 '루사'가 북상하자 부랴부랴 복구 공사를 재개했고 그나마 기존 둑보다 4m나 낮게 둑을 쌓아 재붕괴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기록적인 호우에 저수지 붕괴까지 겹쳐 도시 전체가 침수된 강원도 강릉에서도 이번 재해가 천재지변이 아니라 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초래한 '관재(官災)'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강릉시 구정면 주민 10여명은 2일 강릉시청에서 '농업기반공사가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둑이 붕괴된 동막저수지의 물을 사전에 방류했으면 최악의 피해를 피할수 있었을 것'이라 주장하며 항의했다. 강릉 주민들은 또 지자체가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하천 둔치에 주차장과광장을 마구잡이로 건설, 하천 폭이 좁아진 것도 피해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고 강릉시 등을 비난했다. (대구=연합뉴스)유형재.박병기. 이강일기자 lee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