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에 따른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은 충북 영동군 매곡.상촌.추풍령.황간면 일원에 3일째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고 전기와 전화도 끊겨 수재민들이 무더위 속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일 영동군 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상촌면 궁촌리궁촌정수장의 송수관 15곳이 유실 또는 파손돼 지난달 31일부터 수돗물 공급이 전면 중단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군과 소방서가 인근 용산정수장에서 실어나르는 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하고 있으며 하천 물을 퍼올려 진흙 범벅된 가재도구 등을 씻고 있다. 상촌면 임산리 박희정(41.여)씨는 "3일째 물이 나오지 않아 세수는 고사하고 밥지을 물조차 구하기 힘들다"며 "날씨까지 무더워져 몸에서 악취가 날 정도"라고 말했다. 심천면 약목리 영동정수장에서 영동읍내로 연결된 600㎜ 대형 상수도관이 파열돼 영동읍 전역과 양강면 일대 1만여가구도 3일째 물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가용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철야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피해를 본ㅡ곳이 많아 영동읍은 내일부터, 일부 면지역은 2-3일 후에야 물공급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와 전화 사정도 여의치 않다 송전선이 단선되거나 전신주가 넘어져 정전됐던 군내 2만9천여가구 중 이날까지영동읍과 용산.심천.양강면 일대 2만7천600가구는 전력공급이 재개됐으나 상대적으로 비 피해가 컸던 상촌.추풍령.매곡면 일원 1천400여가구는 3일째 암흑의 밤을 보내고 있다. 선로유실로 전화가 끊겼던 상촌.매곡.추풍령 일대 1천여가구의 통신선로 복구도 늦어져 대부분의 수해가정이 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매곡면 노천리 남윤근(51)씨는 "물과 전기가 없어 침수됐던 가재도구를 꺼내 쌓아두고 있으나 씻거나 말리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외지에 나간 가족과 친척들에게 안부를 전할 전화조차 없어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과 KT 영동지점 관계자는 "충북지사에서 인력과 장비를 지원받아 유실 또는 파손된 선로를 응급복구하고 있으나 피해지역이 워낙 광범위해 전기와 전화가 완전 재개되는 데는 1-2일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동=연합뉴스) 박병기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