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는 허원근일병 사망을 둘러싼 군의 자살조작.은폐 논란과 관련, 허 일병이 새벽 시간대에 숨졌고 이를 부대원들은 물론 상급부대 관계자들도 알고 있었다는 진술을 공개했다. 의문사진상규명위는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허 일병이 사고 당일 새벽 이미 모 하사관의 총에 맞아 사망했고 추가로 2발의 총탄을 맞았다는 발표에 대해 소속부대원들 다수가 이의를 제기하지만 당시 사고를 보고 받은 대대 간부.사병과 연대장의 진술로 볼 때 그같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진상규명위가 이날 공개한 진술에 따르면, 1대대 송모 장교는 "사고 당일 새벽4∼6시 사이에 상황실에서 근무하던 사병으로부터 `3중대에서 자살사고가 났다'는보고를 받고 대대장과 연대 상황실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또 1대대 최모 사병도 "새벽에 3중대로부터 중대장 전령이 자살했다는 보고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으며 3연대 김모 연대장도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1대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사단장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사고 당일 사고 장소인 중대본부 바깥에서 근무하던 일부 하사관과 사병들도 헌병대 수사기록에 나타난 사체발견 시각 이전에 허 일병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진술도 공개됐다. 당시 중대 박모 인사계는 "사고 당일 오전에 20초소에서 있다가 2방의 총소리가나 중대본부에 가 보니 중대본부원으로부터 `새벽 술자리에서 누군가 술에 취해 내무반으로 나와 허 일병에게 총을 쏘았고 대대장이 다녀간 뒤 사체에 2발을 더 발사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진상규명위는 이와 함께 "대대장과 대대 보안주재관 허모씨가 사고 당일 오전 6∼7시 중대본부를 방문했으며, 대대장은 당시 본부원들에게 `중대장 지시대로 잘 움직이라'는 말을 했고 허씨 역시 중대장의 부탁에 따라 함께 중대본부원들을 상대로 조작.은폐 지시를 내렸다는 일부 중대본부원들의 진술 역시, 대대 장교와 사병들의 진술로 신빙성이 입증된다"고 덧붙였다. 진상규명위는 또 "허 일병이 새벽에 내무반에서 오른쪽 가슴에 한발의 총상을 입고 오전 10∼11시 중대본부 밖에서는 총탄 두 발만을 맞았음이 관계자들의 진술로 확인됐다"고 밝히고 당시 사건을 조사한 헌병대의 수사기록과 현장약도, 당시 탄피 수색작업에 동원된 사병들의 진술 그리고 부검의의 진술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와함께 진상규명위는 허 일병이 숨진 채 발견된 중대본부 유류창고 부근에서 총성 2방이 들린 직후 현장에 2∼3명의 사병이 있었음을 목격했다는 당시 인근소초 사병들의 진술이 나왔다고 밝히고, 3일 실시될 실지조사를 통해 정확한 장소와 시간 등에 대한 검증작업을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