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과 1일 이틀간 전국을 강타한 제15호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와 물난리가 나면서 전국적으로 83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강릉지방은 기상관측 이후 최대인 897.5㎜의 강우량을 기록하면서 도시 전체가 물바다로 변했고 산사태와 교량 유실 등으로 경부선 철도 및 고속도로 곳곳이 전면 통제되는 등 국가 기간교통망이 마비되는 사태를 빚었다. 중앙재해대책본부는 1일 오후 1시까지 전국 피해상황을 집계한 결과 15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됐다고 중간발표했으나 전국 피해상황이 최종 집계될 경우 인명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명피해 = 연합뉴스 전국 취재망이 확인한 인명피해는 강원.영동지역에 사망 14명, 실종 16명, 대구.경북지역에 사망 12명, 실종 11명, 경남지역에 사망 16명, 전남지역에 사망 6명 실종 5명, 울산지역에 실종 3명 등 모두 83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1일 오전 10시 10분께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하거노1리 임재석(74.여)씨가 오십천의 범람으로 물에 빠져 숨졌고 오전 7시 30분께는 인근 미로면 사둔1리에서 정금녀(66.여)씨 집이 산사태로 매몰돼 정씨가 숨졌다. 이날 오전 4시께도 전북 무주군 무풍면 금평리 마덕마을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언덕밑에 있던 새하늘교회 관사를 덮쳐 목사 홍성만(39)씨의 딸 2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또 0시 20분께는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청곡 1리 정선화(73)씨 집이 산사태로 매몰돼 정씨와 아내 이순녀(68)씨가 숨졌고, 오전 2시 50분께는 속초시 도문동 오우석(64)씨 집이 폭우로 붕괴되며 오씨가 묻혀 숨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오전 9시 30분께 경남 함양군 마덕면 덕천리 내마마을에서 산사태가 발생, 노성곤(31)씨 등 4명이 숨진채 발견됐고 오후 7시께는 마천면 가흥리 당흥마을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신현주(69)씨와 부인 이정순(59)씨가 숨졌다. ▲교통망 마비 = 또 이번 태풍 피해로 경부선 등 철도 8개노선 33개소와 도로 95개소 등에 피해가 발생, 국가 기간교통망이 마비되는 피해를 입었다. 경부선 철도의 경우 원동-물금, 황간-추풍령, 심천-영동, 김천-대신, 직지사-김천 등 5개 구간에서 노반유실 및 침수로 열차운행이 중단됐으며 1일 중으로 단선 복구만 가능해 당분간 열차운행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고속도로의 경우 대관령1터널과 4터널, 횡계-강릉 구간 등 영동고속도로 일부와 동해고속도로 망상-모전 구간 등이 폭우에 따른 침수와 토사유출 등으로 차량운행이 통제되고 있으며 88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도 차량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국도는 전국적으로 고속국도 11곳과 일반국도 84곳에 피해가 발생했다. ▲영동지방 호우피해 = 이틀동안 900㎜에 이르는 기록적인 비가 내린 강릉 등 영동지방은 시내 대부분이 침수됐으며 주문진과 성산면, 왕산면 등 18개 읍.면.동에서 모두 8천393채의 건물과 주택이 파손되거나 침수됐다. 또 동해시 전천이 범람해 동해시 10개 읍.면.동 2천370가구, 정선 2천76채, 고성 506채, 속초 130채 등 8개 시.군 1만3천709채가 파손되거나 침수됐다. 오십천의 범람으로 시내가 물바다로 변한 삼척 지역은 통신이 두절된데다 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있다. 이재민도 속출해 강릉 3천404명, 동해 6천744명, 정선 6천183명, 고성 1천500명,삼척 249명, 양양 300명, 평창 380명 등 강원도내 10개 시.군에서 1만9천173명이 각급 학교 등 안전지대에 대피했다. 전국적으로는 강원도 춘천에 2만여명, 대구.경북지역에 2천800여명, 충청지역에 3천여명, 경남지역에 2천700여명 등 모두 5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강풍피해 = 제주도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 수월봉 해발 80m 지점에 설치한 풍속계가 순간최대초속 56.7m의 강풍을 기록한 이번 태풍은 제주도 서귀포시 월드컵 경기장 지붕막이 파손돼 7억여원의 재산피해를 냈으며 부산아시안게임 핸드볼 경기장인 창원실내체육관을 비롯, 하키경기장, 비치발리볼경기장, 농구경기장 등도 피해를 입혔다. 강풍으로 전선이 끊기거나 전신주가 넘어져 전국 66만7천여가구가 한때 정전이 됐으며 이 가운데 24만7천여가구는 이틀째 전기공급이 중단됐고 이동통신 무선기지국 424곳이 불통됐다. 특히 제주의 경우 정박중이던 선박과 어선 등 9척이 거센 파도에 휩쓸려 침몰됐고 감귤 선과장, 돈사, 주택 등이 파손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농경지 피해 = 태풍 `루사' 영향으로 전국 2만4천여㏊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고 수리시설 34곳과 가축축사 28개동이 파손됐다. 이번 태풍으로 논 4천759㏊, 밭 351㏊ 등 농경지 5천110㏊가 침수되고, 논 1만2천269㏊, 밭 2천305㏊ 등 1만4천574㏊의 농작물이 쓰러졌으며, 과수원 4천972㏊에서 낙과 피해가 났다. ▲낙동강 하류 홍수우려 = 지난번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었던 낙동강 하류지역은 이번 태풍으로 다시 홍수 위기를 맞고 있다. 낙동강 상류 안동댐과 임하댐 등에서 물을 방류하고 낙동강 지류 하천수 유입이 늘어나면서 낙동강 하류인 삼량진과 진동, 구포지점 등에 다시 홍수경보와 주의보가 발령됐다. 한편 침수지역에서는 물이 빠지면서 콜레라와 장티푸스 등 수인성 전염병과 피부병 등 각종 질병의 발생 우려가 높아져 각별한 위생관리 대책이 요망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태풍은 1일 오후 동해쪽으로 빠져나갈 전망이나 강원도 영동 지방에는 2일까지 최고 60㎜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보여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josep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