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태풍 `루사'가 북상하면서 31일 태풍경보가 내려진 강원도 강릉지역에서 강풍과 집중호우로 각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산사태 등 인명피해 = 31일 오전 9시께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삽당령 구간 35번 국도에서 산사태가 발생, 차량 10여대가 매몰됐다. 이날 사고는 폭우와 강풍으로 도로에 떨어진 돌더미를 피해 잠시 정차해있던 차량들을 갑자기 흙더미가 덮치면서 일어났다. 이 사고로 적어도 10명 이상이 차량과 함께 매몰된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실제 사고 현장에서는 신원을 전혀 알 수 없는 1명이 숨지고 흙더미 사이로 차량 5대가 묻혀 있는 것이 육안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즉각 중장비와 병력을 동원해 구조작업에 들어갔으나 한 치 앞을 내다볼수 없을 정도로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다 추가 산사태까지 우려돼 오후 3시30분께까지도 구조작업을 벌이지 못한채 현장 주변에서 대기하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 김교백(50.왕산면 목계1리)씨는 "도로에 떨어진 돌더미 때문에 차량 10여대가 멈춰 서 있는데 갑자기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흙더미가 차량들을 덮쳤다"고 말했다. 또 오전 11시께는 강동면 임곡2리에서 박옥남(71.여)씨가 실종돼 현재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왕산면 도미1리에서도 도로 유실로 차량이 매몰되면서 신원을 알 수 없는 1명이 숨졌다. 이밖에 오전 9시50분께는 인근 강동면 언별리에서 주민 4명이 산사태로 매몰됐으나 다행히 주민들에 의해 구조됐다. ▲침수피해 = 이날 갑자기 내린 집중호우로 강릉에서는 초당동과 강남동지역 건물 35동이 침수됐으며 농경지 10㏊가 물에 잠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옥계면지역 유리온실 4천600㎡와 왕산면지역 비닐하우스 300㎡, 강릉시 분뇨처리장 1만2천600㎡ 등이 물에 잠겼으며 옥계면과 주문진에 있는 주택 2채도 반파됐다. 이밖에 남대천 둔치에 주차돼있던 차량 50여대가 물에 잠겼으며 빗물이 제때 빠지지 못하면서 시내 곳곳의 도로가 침수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편 이번 폭우로 강릉시는 강남동 장현저수지의 범람이 우려되자 오후 1시40분께 주민 2천여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교통통제 = 이날 오전 8시15분께 옥계면 납풍리 동해고속도로 동해 2터널 입구에 토사 20여t이 무너져내려 경찰 등이 토사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낮 12시부터는 옥계면 옥계 요금소와 안인 삼거리간 동해 고속도로와 7번 국도 일대의 산사태가 우려되면서 차량운행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아울러 옥계면 남양1리 군도 7호선이 100m 가량 매몰되고 인근 주수천변 둑 40m와 교량 80m가 유실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강릉과 정동진을 잇는 열차도 철로 8개소에 산사태가 발생해 운행이 전면 중단되고 있다. ▲강릉지역 폭우 원인 = 태풍 `루사'가 남부지역에 상륙하기도 전에 동해안에 위치한 강릉지역에서 폭우피해가 속출한 것은 북동기류로 유입된 수증기가 태백산맥에 부딪치는 과정에서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이라고 강릉지방기상청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간당 무려 80㎜의 장대비가 쏟아져 지난 1911년 강릉지방 기상관측이래 1시간 최다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날 동해안에 내린 강수량은 오후 3시 현재 강릉 388.6㎜를 비롯해 대관령 322.5㎜, 주문진 258.5㎜ 등이다. (강릉=연합뉴스) 유형재.이해용기자 dm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