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보다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뒤늦게 찾아오는 태풍이 더 무섭다." 제15호 태풍 루사(RUSA)가 북상 중인 가운데 늦여름에 찾아오는 태풍이 한여름의 태풍보다 더 많은 피해를 주는 것으로 나타나 재해대책 관계자들과 태풍의 예상 진로에 위치한 지역주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995년 8월 하순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재니스(JANIS)는 서해안으로 상륙해 중부지방을 관통하면서 사망 실종 등 인명피해 65명, 재산피해 4천5백62억여원으로 역대 재산피해 1위를 기록했다. 지난 59년 9월 중순 사라(SARAH)가 덮쳤을 때에는 인명피해 사상 최고인 8백4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재산피해액은 2천4백여억원에 달했다. 반면 지난 89년 7월말 찾아온 태풍 주디(JUDY)는 1천1백억원의 재산피해에 20명이 사망 또는 실종돼 상대적으로 피해규모가 작았다. 뒤늦게 찾아오는 태풍의 피해가 더 큰 이유는 수확기를 앞둔 농작물 피해가 컸기 때문.이번 태풍 루사는 이달초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복구 작업이 채 완료되지도 않은 남부지방을 또 다시 강타할 것으로 보여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8월 하순이나 9월 초순에 찾아오는 늦태풍은 대개 적도부근 서태평양 해상에서 발생해 일본 남해를 거쳐 제주도 인근까지 올라온 뒤 남해안에 상륙해 동해쪽으로 빠져나가는 경로를 유지하며 태풍 루사도 이같은 궤적을 그대로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