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연합과 기지촌 운동단체인 새움터 및 이주.여성인권연대는 29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미군 기지촌 성매매 실태와 성적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원탁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미국 국무부가 지난 6월 한국을 인신매매 단속.예방에서 최상위 등급인 1등급에 포함시킨 데 대해 미국 언론과 의회가 문제를 제기했고, 한국의 여성운동가가 미 의회 청문회에서 기지촌 성매매 실태를 증언할 것을 검토중인 가운데 열렸다. ▲김현선 새움터 대표 = 미군부대는 적어도 1999년까지 기지촌의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의무적으로 성병검진을 받는 보건소에 치료약을 무료 제공했다. 성병에 걸린 미군은 미군부대 의무대에 관계한 여성과 클럽을 밝혀야 했고 의무대가 이 여성에 대한 내용을 보건소에 팩스로 보내면 보건소는 이 여성을 불러 치료를 강요했다. 이러한 증거로 보아 미국정부와 미군당국, 한국정부가 미군부대 주변에서 이뤄진 성매매나 국가간 인신매매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성구매자의 대부분이 미군들로, 미군부대는 '성병과 에이즈로부터 안전한 휴식과 오락'을 미군에 제공하기 위해 적극 개입해왔다. 인신매매 피해여성들은 "업주들은 여성들에게 한 달에 200잔 이상의 주스를 먹기를 강요한다. 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티켓을 끊어 2차, 즉 성매매를 해야 한다"고 증언하고 있다. 인신매매를 막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 국제적 성매매행위를 조사하고 적극적으로 기소해야 하며 성매매 결과로 비롯된 피해자들의불법행위는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 ▲정미례 전북여성단체연합 부설 성매매여성인권센터 소장 = 미국이 한국의 등급을 종전의 3등급에서 1등급으로 격상한 배경이 된 한국정부의 답변서와 미 국무부의 검토과정에 문제가 있다. 한국정부는 인신매매 피해자가 공모자로 간주돼 구금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으나 실제 많은 피해자들이 구금.기소됐다. 많은 여성이 소개업자를 통해 인신매매돼 사창가나 업소로 팔리고 있으며 업소로부터 탈출하거나 도망하면 사기로 고소당해 기소되기도 한다. 피해사실을 신고해 조사받더라도 자신은 결국 윤락행위 등 방지법위반으로 처벌받는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인신매매의 경우 기만이나 강제를 당한 피해자는 기소되지 않으며 다만 강제가 없이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것은 인신매매라 할 수 없고 따라서 이 경우 윤락녀는 윤락행위 등 방지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금연 이주.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 = 한국에서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 국제적 인신매매가 본격화된 것은 한국정부가 외국인 여성에게 E-6비자(공연예술)를 주기시작한 1996년부터이다. 베트남과 필리핀, 러시아, 중국, 페루 등지의 여성들이 엔터테이너, 공장취업, 국제결혼 등을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속아 매춘을 강요당했다. 성매매방지법에 국제적인 성매매에 대한 엄격한 처벌규정을 담아야 하며 이주여성들이 쉬며 자활할 수 있는 전용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E-6 비자발급에 있어 정부기관이 관련 업체와 결탁돼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E-6 비자의 한 종류인 나이트클럽이나 기지촌 등 '관광업소에서의 공연' 목적의 비자를 폐지해야 한다. ▲한 미군병사가 지난해 새움터로 보내온 편지 증언 = 미국 군대는 미군들이 기지촌의 외국인 여성들을 성매매하는 것을 중지시키지 않는다. 사실상 그들의 성매매를 조장하고 포주나 인신매매 조직을 지원한다. 우리 부대 앞에도 20개 이상의 업소,200명 이상의 필리핀 여성이 성매매를 하고 있다. 이들은 감금돼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 내가 몇 명을 도망치도록 도왔다. 이 충격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혹시 편지를 내가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나를 보호해달라. ▲스테슨 라운즈 미국 대사관 공보참사관 = 주한미군의 어떤 지위에서도 장병들의 매매춘을 용인하지 않는다. 주한미군에서 의도적으로 매매춘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 인신매매와 매매춘을 완전히 뿌리뽑기는 힘들다. 그러나 주한미군 사령부 등 고위층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면밀한 논의를 하고 있다. 한국정부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여성활동가들도 국내법의 실효성이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