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남북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느 편을 들겠느냐" "전쟁에 대한 원인을 따져야 결정할 수 있는 문제다" 26일 오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는 재판부와 피고인 사이에 이념문제를 곁들인 이색문답이 벌어졌다. 재판부의 집요한 논리공세에 시달린 피고인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제10기 의장 김형주(25.전남대 법학4)씨. 재판장인 제2 형사부 선재성 부장판사는 2번째 심리공판인 이날 김 피고인에 대해 한총련의 정체성과 친북성에 대한 입장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피고인은 자신의 답변이 한총련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미칠 영향을 의식한 듯 대답을 아끼거나 조심하는 수세적 자세를 취했다. 재판장은 대한민국의 핵심체제인 사유재산과 시장경제, 3권분립 등에 대한 입장과 북한이 일당독제 체제이며 사법권도 당에서 장악하고 있는 현실 등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한총련의 입장을 함께 물었다. 이에 대해 김 피고인이 대부분 '인정한다'고 답변하자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체제를 인정하면서 각종 유인물에서는 북한의 흉내를 내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선 부장판사는 또 김 피고인이 알고 있는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가 얼마나 되며 마르크스 원전이나 마오쩌뚱과 그람시의 저작이론 등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느냐는등 사회주의 이론을 개척해온 사상가들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그러나 김 피고인이 대부분 답변을 미루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변하자 "왜 잘 알지도 못하면서 흉내만 내려 하는가"고 질책하기도 했다. 변호인인 이상갑 변호사는 "김 피고인이 재판장의 질의에 섣불리 답변했다가 재판결과나 한총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무척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한총련의 이적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 한총련의 사회적 역할과 이적성 유무를 연구해 온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와 한총련의 전신인 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출신인 민주당 임종석 의원, 경찰대학 부설 공안문제연구소 유지웅 연구관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 관심을 끌었다. 이들 증인에 대한 심리는 다음달 9일 열릴 예정이어서 한총련의 이적성을 둘러싸고 치열한 이념논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kj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