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수출의 첨병 역할을 합니다.우리나라의 앞선 IT 기술을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해외에 소개하는 일을 하죠." 언어 기반 IT 기업인 YBM시사닷컴(www.ybmsisa.com)의 현지화 프로젝트 매니저 김수진 팀장(36). 그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자신의 직업을 이렇게 설명했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자국의 소프트웨어를 수출 대상 국가의 언어와 시장에 맞게 재가공하는 직업입니다.물론 해외 제품의 한글화 작업도 수행하고 있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 산업의 발전과 함께 유망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는 한마디로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각종 소프트웨어의 '산파역'을 맡고 있는 셈이다. 미국 MS사의 컴퓨터 운영프로그램인 윈도 XP를 아무 불편없이 한글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이들 덕분이다. "소프트웨어의 한글화나 영어화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에요.사용 국가의 언어적 특성은 물론 문화까지 살펴야 하는 건 기본입니다.거기에 프로그램 오류같은 현지화 작업에서 생길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까지 세세하게 따져봐야 해요." 물론 이 모든 일을 프로젝트 매니저 혼자서 처리하는 건 아니다. 보통 프로젝트 매니저 밑에는 번역 전문가와 전문 프로그래머 등 20∼30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일하고 있다. 의뢰사와의 계약을 비롯해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리는 현지화 작업의 일정을 예산에 맞게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프로젝트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업무다. "언제나 업계의 최신 프로그램을 제일 먼저 접한다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죠.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는 국내 IT기업의 제품에 마지막 날개를 달아주는 보람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국내 IT산업의 최전방에 서 있는 김 팀장의 경력은 의외로 독특하다. 간호학 전공의 심리학도 였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참여한 프로그램 업체의 기술번역 과정에서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번역과정에서 첨단 기술을 배우고 도전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어요.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뛰어들었죠.선천적으로 타고난 언어감각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난해 YBM시사닷컴에 합류한 그는 윈도 XP,닷넷서버(.NET Server)도움말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때로는 '독하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시기섞인 평가도 받지만 똑소리 나는 일처리는 정평이 나있다. '실타래처럼 이리 저리 얽혀있는 방대한 현지화 작업을 물레 돌리듯 술술 풀어내는 마술사'(MS 개발부 이은희 과장)라는 얘기를 듣는 것도 그의 프로다운 근성과 전문성 때문이다. "외국기업의 경우 현지화 작업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지요.그만큼 사용자의 편의성을 중시하는 거죠.하지만 국내 업체들엔 아직 이런 인식이 모자랍니다.그냥 제품을 해외에 내다팔기 위한 단순 번역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김 팀장의 분석이다. 하지만 안철수 연구소 등 국내 선두 IT기업들이 최근 이런 필요성에 눈뜨고 있어 앞으로 소프트웨어 현지화 시장 규모도 급속히 확대될 전망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