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와 노동계가 22일 각각 입장을 밝힌 것은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유리한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용으로 볼수 있다. 경영계가 이날 회장단모임을 긴급 소집, 지금까지의 입장을 재천명한 것은 지난 16일 노동부가 발표한 주5일제 입법안이 노동계의 요구를 지나치게 반영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동계 역시 정부가 경영계의 요구에 휘둘릴 경우 총파업 등을 통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혀 진통을 겪을수도 있다. [ 使 "휴일.휴가 국제기준 맞게" ] 재계가 경제5단체장 회동을 갖고 '법정근로시간 단축 정부입법에 즈음한 경제계 입장'을 내놓은 것은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경제계의 입장을 충분히 담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비록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일단 정부안이 마련되면 다음 국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경우에도 이번 정부안이 기초가 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정부의 단독입법에 대해 강력한 반대를 표명해 왔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정부안에 경제계 의견을 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경총 조남홍 부회장이 "기본적으로 주5일 근무제 도입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휴일.휴가 등 근로시간에 관한 항목은 철저히 국제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밝힌 대목에서도 이같은 뜻을 읽을 수 있다.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안에 경제계의 의견이 반영되고 관철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손 부회장은 "정부가 노동계안을 수용하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삶의 터전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은 경제계와 노동계 의견을 절충할 사안이 아니라 국제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못박았다. [ 勞 "재계요구 조기차단 총력" ]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주5일근무제 법제화와 관련, 공동투쟁을 모색하고 나섰다. 양노총이 이날 공동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경영계가 정부를 압박하는데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노총은 이날 주5일근무제 조기도입을 주장하며 정부가 경영계의 손을 들어줄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한국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전경련 앞에서 규탄집회를 가진데 이어 23일에는 민주노총주최로 종묘공원집회를 갖는다. 또 입법내용이 근로자들에게 불리할 경우 11월에는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 입법저지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양노총은 회견에서 "정부가 주5일근무제 입법과정에서 지나치게 재계의 입김에 휘둘려 근로조건 저하와 중소기업및 비정규노동자들이 소외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양노총의 이날 회견은 정부에 대한 경영계의 압박을 약화시키기 위한 엄포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영계가 연일 정부를 비난하는데 노동계가 미온적으로 나올 경우 정부의 근로기준법개정안이 경영계 입장을 더 많이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기설.손희식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