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찰이 지난 98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아들 정연.수연씨 등 유력인사 자제들의 병역문제를 내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병역비리 리스트'가 일부 언론에 공개돼 출처 및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군검찰이 지난 98년 병역비리 전면수사에 들어가기 직전 만든 자료라며 문화일보가 20일 보도한 `사회관심자원 병적내용'이란 제목의 A4지 3장짜리 문건엔 정연.수연씨 등 각계 유력인사 79명의 아들 88명이 병역면제자로 내사대상에 올라 있어 작성주체가 군검찰로 입증될 경우 군검찰이 정연씨 병역의혹을 내사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물증이 될 수 있다. 내사대상 88명은 85-96년 병역면제 또는 보충역 판정을 받은 이들로, 부모들은 전.현직 의원 등 정치인 62명을 비롯, 고위공직자, 법관, 외교관들이 포함돼 있으며 2명의 자녀가 면제받은 인사도 9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는 병역대상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아버지 이름과 직업, 병역처분 사항 및 연도 등이 일목요연하게 기록돼 있다. `사회관심자원'이란 용어가 민간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고 주로 군에서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 문건은 군 내부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과 군 주변의 분석이다. 특히 98-99년 병역비리 수사 당시 군검찰이 관련자들의 조사과정에서 병역비리관련 진술이 나오면 공소시효 여부와 상관없이 파일을 만들어 보관했다는 수사관계자들의 말을 감안할 때 작성주체가 군검찰일 것이라는 추정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관련,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김대업씨는 "첩보가 입수되거나 진술이 나오는 인사들의 명단을 만들었다"며 "정상적으로 면제된 사람은 빼고 혐의가 확인된 이름을 집어넣는 식으로 관리했으며 70-80명에 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리스트가 있다면 고석 대령이 갖고 있을 것이며, 반부패국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제시한 자료를 첨삭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방부는 문화일보가 보도한 `병역내사 리스트'는 군검찰에서 작성한 적이 없다며 강력 부인, 리스트를 둘러싼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방부는 대신 99년 3월22일 병역면제를 받은 전.현직 정치인과 연예계, 체육계인사의 자제 55명의 명단이 든 수사 참고자료를 만든 사실을 공개했다. 국방부가 공개한 `유명인사 명단'이라는 제목의 이 수사 참고자료에는 병역비리 공소시효 5년이 지난 사람들이 포함돼 있으나 정연.수연씨 등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 이름은 없는 것으로 돼 있다. 김창해 법무관리관은 "이 명단은 당시 병무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순전히 참고자료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명단에는 보호자 이름, 면제자 이름, 면제사유, 그 시기 등이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법무관리관은 "합수부 수사팀에는 문화일보가 보도한 리스트 같은 자료는 없다"며 "그 자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석영 국방부 검찰단장(공군대령)은 "지난 2000년 2월 반부패국민연대가 119명을 고발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이정연씨 이름이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 법무관리관은 "김도술씨에 대한 군 검찰의 수사는 모두 6차례이며, 김도술씨에 대한 수사기록을 보면 이정연씨 관련 내용은 없었다"며 "당시 김도술씨 수사에는 수사보조요원으로 김대업씨가 참가했다"고 밝혔다. 당시 수석검찰관이던 이명현 소령도 "98년 8월부터 99년 3월까지 내가 수사에 참여한 것은 맞지만 정연.수연씨가 포함된 내사자료를 만든 적도 본적도 없다"고 말했고, 고석 대령도 "그런 자료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군검찰의 병역면제 리스트 얘기는 처음 듣는데 반부패국민연대 등이 제시했던 명단과는 다른 별개의 것으로 보여 출처 등을 확인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용 기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