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는 20일 군부대내에서 자살한 것으로 발표된 '허원근씨 의문사'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 허씨의 사인이 자살이라는 군당국의 발표와는 달리 허씨가 타살됐고 군 간부들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난 84년 4월 2일 오전 2시에서 4시 사이 당시 강원도 화천군 육군7사단 3연대 1대대 3중대 소속이던 허씨가 중대내 소대장의 진급을 축하한다는 명목으로 중대본부에서 열린 술자리에서 뒷바라지를 하던 중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던 하사관이 우발적으로 쏜 총에 오른쪽 가슴을 맞아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허씨가 숨지자 군 중대 간부들이 대책을 논의한 끝에 사건을 은폐키로 하고 사건이 벌어진 내무반을 물청소했고, 오전 10시께 허씨를 본부에서 30m떨어진 폐유류고로 옮긴 뒤 다시 왼쪽 가슴과 머리를 총으로 쏘아 자살로 위장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당시 군 헌병대는 허씨가 중대장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군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자살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으나 유가족들은 "자살하려는 사람이 3발이나 총을 쐈다는 것이 석연치 않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해 왔다. 위원회 관계자는 "군 간부들의 사건은폐 개입은 어느 정도 확인했지만 현장에 있었던 10여명의 목격자 등 관련자들이 자세한 언급을 피하고 있어 보강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허씨의 아버지 허영춘(63)씨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단지 아들의 죽음뿐 아니라 군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에 대한 진상이 하루 속히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허씨 사건에 대해 누가 두 발의 총알을 더 쐈는지와 사건은폐를 위해 상부 어느 선까지 개입을 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계속 조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황의돈 국방부대변인은 "국방부는 아직까지 의문사진상규명위로부터 해당 사건에 대한 세부적인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관련 자료들을 받는 대로 참고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