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잘 나가야 우리 3백50명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데….' 박영숙 주한 호주대사관 문화공보실장(47)은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자신이 쓴 책을 사라고 권한다. '영어에는 애플이 없다(도서출판 정음)'는 80년대 초 미국 유학시절(남가주대학 교육학)부터 시작해 외국대사관에서 20여년간 일하면서 체득한 영어 공부법에 관한 책이다. '승리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지는 법부터 가르쳐라(중앙M&B)'는 미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둔 아들 숀 함슨(고1)을 키우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자식교육 글로벌 스탠더드'를 전파하기 위해 썼다. 한국인으로서 주한 외국대사관의 최고위직인 박 실장이 '책 장사' 부업을 하는 것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박 실장에게는 딸린 자식들이 많다. 생후3주 신생아부터 18세 고등학생까지 무려 3백50명에 이른다. 이중 자신이 낳은 자식은 1명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수양아들과 딸들이다. 지난 95년부터 아이들을 하나둘씩 데려다 키운게 인연이 됐다. 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버려진 아이들이 급증하자 98년에는 아예 사단법인 한국수양부모협회를 만들었다. "소문이 나면서 제가 근무하는 대사관 앞에는 1주일에 평균 3∼4명의 아이들이 버려진 때도 있었어요. 솔직히 '내가 너무 세상을 모르고 시작했구나'하고 망설인 적도 있었지만 천진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요즈음 박 실장은 애들 키우는 일로 걱정이 태산같다. 최근 정릉2동에 있는 수양자녀들의 쉼터가 붕괴위기에 놓여 이를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데 건축 비용이 없어 고민이다. 다달이 들어가는 협회 운영비 1천만원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는 아이들의 쉼터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퇴직금을 받으려고 지난 2000년 18년간 근무했던 주한 영국대사관을 떠났었다. 박 실장은 "그동안 쓴 10여권의 책 인세가 협회꾸리는데 보탬이 돼주길 바라며 열심히 책을 팝니다. 다른 것을 할 재주는 없으니 앞으로도 책을 열심히 쓸 것"이라고 말했다. (02)2003-0162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