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 월드컵 축구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던800만명의 거리응원단인 `RED족'은 기존의 오렌지족.명품족.엄지족 등과 달리 퇴폐적.폐쇄적이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는 8일 내놓은 `월드컵과 사회.문화적 변화'라는 보고서에서 RED족은 기존의 오렌지족.보보스족.엄지족.명품족.디지털노마드족.코쿤족.N세대 등과달리 민족적.포괄적.자발적이면서 열린사회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고 밝혔다. RED족은 서구적 성격이 강한 다른 족들과 달리 기(氣)와 주술적 요소까지 가미된 독자적인 `우리 것'을 중시했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한국 고대사의 대규모 부족축제였던 영고(부여), 무천(동예), 동맹(고구려) 등이 현대판 거국적 축제로 부활했다는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의 심상민 수석연구원은 "분단의 장기화로 민족모순이 심해지면서 국민들이 새로운 민족주의를 갈구하게 됐다"면서 "특히 청년세대는 국가간 축구대회를민족적 자존심의 경연장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386세대들이 겪었던 저항과 개혁의지의 비장함은 명분있는 마당에서 흥겹게즐겨보자는 심리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이와함께 기존의 '족'들이 구성원을 특정계층과 부류로 제한함으로써다원화주의속의 닫힌사회를 지향했으나 RED족은 남녀노소를 망라한 다양한 계층을포괄했다는 점에서 열린사회를 표방했다고 분석했다. 또 기존의 족들은 누적된 사회현상에서 파생된 트렌드이지만 RED족은 일회적인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응집력과 고조된 열기로 갑자기 생겨났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기존의 족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RED족의 차별성은 더욱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오렌지족은 80년대에 카페-당구장-로바다야키-노래방-나이트클럽-호텔로 이어지는 풀코스 데이트를 허락한다는 의미로 오렌지를 주고 받았다. 퇴폐적인 향락주의를표방한 셈이다. 보보스족은 부르조아와 보헤미안의 합성어로 구매력이 높은 신귀족층을 지칭하며 명품족은 루이비통 등 고가의 수입명품을 선호하는 부류다. 이들 족은 경제력을통해 자신을 과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엄지족은 엄지손가락으로 문자메시지를 능란하게 보내는 부류이며 디지털노마드족은 핸드폰 등을 갖추고 마치 유목민(노마드)처럼 활동하는 족속들이다. N세대는인터넷에 심취한 네트워크 세대다. 이들 족은 IT장비로 무장한채 다른 부류를 무시하기 일쑤다. 이밖에 코쿤족은 누에고치(COCCON) 처럼 자신의 틀안에서만 폐쇄적으로 머무는개인적인 성향의 족속들이다. 1318세대는 13∼18세의 연령층을 말한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