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8:57
수정2006.04.02 19:00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은 5일 스스로 한국에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전 차장은 지난 2월15일 미시간주 오키모스에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후 한미범죄인인도조약에 따른 신병 인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차장은 이날 미시건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속개된 제6차 공판이 휴정하는 동안 방청석에 있던 취재진과 잠시 대화하고 대선 자금 불법 모금과 수뢰 등 자신에 대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른바 '세풍(稅風)' 사건의 주역인 이 전 차장이 공개적으로 입을 열기는 그가 지난 1998년 8월 미국 도피 생활에 들어간 이후 이번이처음이다.
다음은 이 전 차장이 법정에서 취재진과 나눈 대화를 요약한 내용이다.
--지금 상태는 어떤가.
▲몸무게가 많이 줄었다. 혁대를 가장 끝에 있는 구멍에 끼워야 맞을 정도다.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나.
▲지금은 귀국할 수 없는 상황이다. 들어가 봐야 나의 의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
--재판을 고의로 지연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변호인단이 재판을 끌 권한이 있는가. 나도 가급적이면 빨리 종결짓고 (교도소에서) 나가고 싶다. 나간 후 한국 정부에서 공정히 처리해 준다면 자진 귀국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석이 불허됐을 때 어땠나.
▲당혹감을 느낀 게 사실이다. 당연히 받아들여질 것으로 생각했다.
--다가오는 한국의 대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갇혀 있는 처지에 대선에 무슨 감회가 있겠는가.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한다면 귀국하겠는가.
▲지금 상황에서 '만약(if)'이라는 말을 붙여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대선 자금 불법 모금에 관여한 혐의를 인정하는가.
▲재판이 끝난 후에 모든 것을 밝히겠다.
(그랜드 래피즈=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