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칠란트를 '독일(獨逸)'로, 프랑스를 '불란서(佛蘭西)'로 계속 표기해도 좋을까. 고상한 의미로 쓰이는 '낭만(浪漫)'은 어디서온 말일까. 한말글연구회(회장 정재도)는 회보인 '한말글 연구' 제7호에서 습관처럼 쓰이나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언어들을 조명했다. 이 책자는 국어사전 자체가 편찬방향 잘못으로 국민교육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그 사례를 하나하나 들었다. 언어의 뒤틀림현상은 특히 일제시대를 지나면서 심해졌다. '독일'의 경우 일본이 도이칠란트라는 국명 중 '도이치'를 빼내어 일본어 발음으로 '도이치(獨逸)'이라고 한 것을 우리가 덩달아 한자음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구상에서 '도이칠란트'를 '독일'이라고 발음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불란서' 역시 일본어 발음으로 '후란스'다. 그런데 우리가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엉뚱하게도 '불란서'라고 부른다는 것. 즉, 대학의 학과 중 '불어과(佛語科)'는 우리끼리만 통하는 국적불명의 말이다. '낭만'도 영어 '로맨티시즘'과 의미가 같은 프랑스어 '로망티슴'에서 유래했다. 일본은 이를 줄인 뒤 한자로 취음해 '로오망(浪漫'이라고 했으나 한국문인들이 한자어대로 받아들여 '낭만')이라고 썼다. 연구회는 일본사람들이 자기네 발음대로 부른 말을 주체성없이 따라 사용하는것은 참으로 가당치 않은 일이라면서 우선 이들 단어를 고정화시킨 국어사전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어사전들은 순수한 우리말에 억지로 한자를 덮어씌워 한자말로 만든 사례도 한둘이 아니다. 놀고 먹는 사람을 일컫는 건달은 원래 한자가 없음에도 '乾達'이라고 괄호에 넣고 있다는 것. '기승(氣勝)을 부리다'나 '배포(排鋪)가 크다' 등도 우리말에 한자를 억지춘향식으로 갖다 붙였다. '배포'의 경우 '배'는 '배꼽' '배알' '배짱' 등의 '배'이고, '포'는 '엄포' '달포' '날포' 등의 '포'라는 얘기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