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감만동의 유니온스틸 강진호 노조위원장(56).그는 대립과 투쟁의 노사관계를 화합과 안정으로 바꿔놓은 신노사문화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1962년 설립된 유니온스틸은 냉연강판업체의 선두 기업이었으나 80년부터 퇴직금누진제 폐지 등을 놓고 노사가 심한 갈등을 빚었다. 88년에는 경영권분쟁까지 겹쳐 연 2백90일간의 파업사태도 겪어야 했다. 이같은 노사대립의 고리가 끊긴 것은 지난 93년 강 위원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77년부터 노조활동을 해온 그는 파업으로 치닫는 노동운동은 노사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매년 수백억원의 흑자를 내던 회사가 파업여파로 적자를 돌아서면서 쇠퇴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업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던 임금 등 근로조건도 차츰 하위권으로 밀렸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의원 40명은 만장일치로 재파업을 결의했다. 그는 고심 끝에 밤을 새면서 "파업은 안된다"는 호소문을 정문에 붙이고 직원들을 생산현장으로 유도했다. 고용보장과 생산성 향상이 개인의 행복을 가져온다는 소신 하나만을 갖고 파업을 반대한 것이다. 대의원들의 비난이 거셌지만 많은 조합원들은 그의 뜻을 따랐다. 우여곡절 끝에 파업은 중단됐고 무분규의 소중한 씨앗이 뿌리를 내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