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에 걸리면 치료는 결코 쉽지 않다. 최선의 대책은 결국 예방이다. 허갑범 한국성인병예방협회 회장(연세대 의대 교수)으로 부터 성인병에 대해 물어보았다. 허 교수는 지난 98년부터 김대중 대통령의 주치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성인병을 극복하려면 생활요법(비약물요법)과 약물요법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인병에 관해 중요하게 생각할 대목은. "비만인 사람에게만 당뇨병이 찾아온다고 여겨서는 위험하다. 뱃속에 지방질이 많다면 비만이 아닌 사람도 당뇨병 환자가 될수 있다. 마른 편이더라도 다리에 비해 배가 볼록한 체형의 '거미형인간'이라면 특히 주의해야한다.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거미형인간'은 '거대비만형인간'처럼 당뇨병이나 고혈압 동맥경화 관상동맥질환 등에 걸리기 쉽다." -'거미형인간'인지 여부를 어떻게 판정하나. "뱃속이 비만한 사람은 쉽게 피곤해지고 숨이 자주 차는 것 외엔 별다른 증세가 없다. 그만큼 눈치채기 어렵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배꼽 부위의 둘레를 줄자로 재 남성은 90cm, 여성의 경우 80cm 이상이면 '마른 비만'으로 간주된다. 허리 둘레를 엉덩이 둘레로 나눈 수치가 남자는 1, 여자는 0.9 이상이 돼도 해당된다. 아랫배보다 배꼽과 명치 사이가 불룩 튀어나오면 더 해롭다." - '거미형인간'이 성인병에 취약한 이유는. "호르몬체계 고장이란 공통된 '뿌리'를 갖고 있어서다. 최근 연구 결과 핏속의 포도당을 장차 에너지원으로 쓰기 위해 간과 근육에 보내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제 기능을 못해 각종 성인병이 생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인슐린저항증후군'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국내의 경우 30대의 15~20%, 40세이상의 30~40% 가량이 여기에 해당된다." -성인병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성인병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발생하는 만성병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근육이 발달하면 포도당이 잘 이용되고 인슐린도 제 기능을 유지할수 있다. 산책과 빨리걷기 달리기 등산 싸이클 등을 통해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같은 운동은 뱃속에 있는 지방을 태우는 역할도 한다. 담배는 체중을 그대로 유지시키면서 뱃속만 기름지게 하는 '독약'과 다름없다. 오후 7시 이전에 저녁을 먹는 습관을 들이는게 좋다. 그뒤 정 허기지면 우유나 물을 한컵 정도 마시면 된다. 한국성인병예방협회가 선정한 '성인병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이 성인병을 막는 지름길이다." -성장호르몬도 성인병 치료에 효과가 있지 않나. "물론 성인병에 걸리면 전문의로부터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성장호르몬은 지방을 분해하고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그러나 암을 유발하고 호르몬 체계에 이상을 일으키는 부작용도 갖고 있는 만큼 조금만 운동해도 지치거나 체내 호르몬 분비량이 적은 사람은 의사의 처방아래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성인병과 관련해 유의할 내용은. "약만 사용해선 치료목표의 50%밖에 달성할 수밖에 없다. 생활요법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처럼 내가 할 일을 다한 뒤 약과 의사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