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사람의 인적사항을 조합해 만든 가짜 운전면허증으로 고급 렌터카를 빌려 팔아넘긴 사기범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카드빚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강모(26.무직)씨가 기상천외한 사기극을 시작한 것은 지난 4월말. 강씨는 명의이전 없이 운행되는 이른바 '대포차' 거래가 인터넷상에서 활발하고 렌터카를 빌릴 때 신원조회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범행의 힌트를 얻었다. 강씨는 우선 혼잡한 버스등에서 박모(23)씨 등 2명의 운전면허증과 주민등록증을 훔친 뒤 차명계좌를 개설했다. 또 스캐너를 이용해 훔친 운전면허증과 자신의 면허증에 기재된 이름, 주민등록번호를 조합해 '강일태' 등 가공인물의 운전면허증 2개를 만들었다. 이어 인터넷채팅으로 대포차 구매 희망자 및 희망차종을 확보한 강씨는 지난 6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서울 전역의 10개 렌터카회사에서 가짜 운전면허증으로 뉴그랜저 등 고급차량을 빌린 뒤 윤모(27)씨에게 팔아넘기는 등 지난 두달새 렌터카 10대를 빌려 이중 5대를 팔아 3천여만원을 챙겼다. 강씨는 렌터카를 빌릴 때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화로 예약을 한 뒤 잠실역 4거리 등 혼잡한 곳에서 차량을 인수했으며 가로챈 렌터카를 팔면서 그 대금을 미리 준비한 차명계좌를 통해 받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강씨는 경찰에서 "신용불량자가 돼 취직도 안 되고 돈도 빌릴 수 없었다"며 "동거녀와 집을 구해 사는데 생활비가 필요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강씨는 앞서 지난해 9월에는 미대생을 고용, 동일한 번호판을 여러장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팔아오다 적발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6일 강씨에 대해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차명계좌를 통해 오간 돈이 수억원에 이른다는 점에 미뤄 추가 범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훈 기자 karl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