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25일 오후 인천 남동공단 인근의 한 아파트단지 수퍼마켓. 공단 숙소에서 생필품을 사러나온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장마의 영향으로 잔뜩 찌푸린 날씨와 달리 이들의 표정은 매우 밝아 보였다. 허름한 옷차림에 경계의 눈빛을 보였던 올해 초와는 사뭇 달랐다. 저마다 손에 들고 있는 최신형 핸드폰과 말쑥한 외모는 이들의 달라진 처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 3월말부터 실시했던 불법체류 외국인의 자진신고 이후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항상 따라붙던 "불법"의 꼬리표를 떼낸 탓인지 이젠 제몫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합법적인" 근로자가 된 만큼 한푼이라도 더 주겠다는 직장을 찾아 나서는데도 주저함이 없다. 이러다 보니 그동안 외국인 일손에 크게 의존했던 중소업체들은 이들을 잡아두기위해 임금을 올려주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남동공단에서 주물업체를 운영하는 박정운 사장은 "불법체류 외국인의 자진신고가 있은 후 외국인 근로자들의 작업장 이탈은 더욱 빈번해졌다"며 "3D업종 사장들은 이제 외국인 근로자들마저 구하기 힘들게 돼 심각한 구인난에 허덕여야 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같은 공단내 도금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사장은 이미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해도 묵묵히 일 잘하던 방글라데시인 3명이 지난4월께 불법체류 자진신고를 한 후 갑자기 떠나는 바람에 4개월째 현장에서 직접 도금막대를 담그면서 생산에 매달리고 있다. 이 사장은 "현장에서 일하다 사무실에서 찾으면 부리나케 달려가 관리업무를 보는 등 1인3역을 해야 한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도 갈수록 뛰고 있다. 어느정도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는 한달 평균 2백만원은 줘야 겨우 관심을 보인다는 것. 지난해말보다 30% 가량 올랐다. 내년 3월까지 국내 체류가 법적으로 보장된 만큼 이를 십분 활용해 몸값 올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이다. 경기도 부천시 도당동 중소기업 밀집지역에서 프레스공장을 운영하는 변모 사장은 최근 5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떠나보냈다. 높은 임금을 찾아 나서는 이들을 막을 길이 없었던 것. 변 사장은 "불법체류 자진신고를 실시하는 바람에 임금만 큰 폭으로 뛰었다"며 "이들 근로자들이 내년에 모두 한국을 떠날 것 같으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광주시 마석의 가구공단에서 나이지리아인 6명을 고용하고 있는 J시스템의 김모 대표는 "월2백만원의 임금과 숙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인근에 더많은 월급을 주는데가 있으면 바로 차액만큼 올려주면서 이들을 잡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