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조계종은 25일 새벽 북한산을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도로의 건설을 막고자 세워져 승려들이 농성중인 도량에 괴청년 120여명이 침입, 폭력을 휘두른 사건을 '법난'(法難)으로 간주하고 당국에 배후규명을 위한 엄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조계종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성타 스님)는 이날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공사측이 용역회사를 통해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폭력배 120여명이 북한산 국립공원 송추 농성장을 폭력적으로 난입,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농성장의 스님과 청년불자 10여명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폭력배들이 성직자를 흉기로 폭력하는 이번의 충격적 사태를 법난으로 간주하며 불교계가 할 수 있는 모든 강력한 대처를 시공회사측에 할 것이며 이러한 사태에 이르도록 방조한 정부당국에도 엄중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면서 "치안당국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배후를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대책위는 현장에서 발견된 쇠파이프와 각목, 괴청년들의 신분증을 공개했다. 조계종 환경위원회 부위원장 현응 스님은 "괴청년들은 현장을 지키던 수경 스님(불교환경연대 대표)의 입을 틀어막고 쓰러뜨렸는가 하면 망루에서 자던 설치미술가 최병수씨를 마구 때려 타박상을 입히고 손과 발을 포승줄로 묶어 1시간 가량 방치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짧은 머리에 전투경찰과 비슷한 복장을 한 청년들은 이날 새벽 2시50분께 도량의뒷쪽 산을 넘어 현장으로 침입했다. 해인사 학인 스님과 비구니 스님 등 30여명이 당시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도량 입구쪽에서 들어오려던 승려복장의 청년 30여명을 포함한 120여명은 1시간 뒤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의 시행.시공사인 서울고속도로주식회사와 LG 건설은 이번 사건과의 무관함을 주장하며 "오는 26일 법원에서 농성장 건축물의 철거 등 가처분신청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영향을 미칠 어떠한 행동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수경 스님을 비롯한 조계종 일부 승려들은 작년 11월부터 현장에 '철마선원'이라는 도량을 짓고 농성하며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의 철회를 요구해왔다. 지난 16일 서울지법 북부지원은 이들이 낸 공사중지가처분 청을 일부 받아들여 관통터널 구간 등의 공사중지를 결정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