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조치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심을 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신상공개제도가 `모든 국민은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처벌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상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동일한 범죄행위에 대해 국가가 형벌권을 거듭 행사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성범죄자의신상을 공개할 경우 이중처벌을 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신상공개가 형법이 정하고 있는 명예형인 자격정지 또는 자격상실 못지않은 고통과 징벌의 효과를 가져오는 만큼 실질적인 형벌의 속성이 있다는 것. 두번째 이유는 신상공개제도가 구성요건과 효과에 있어서 형사제재의 일종으로서 `처벌'에 해당한다고 전재할 때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헌법은 `누구든지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두고 법률과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자체적인 판단기준으로 대상자를 결정,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결국 헌법상 보장된 적법절차를 벗어난 조치라는 것이다. 법원은 그러나 위헌심판 제청에 앞서 청소년 대상 성범죄 근절을 위한 신상공개제의 입법취지와 법논리상 위헌요소가 있다는 판단 사이에서 상당한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신상공개제도의 필요성을 무시할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위헌적이라고 의심되는 법제를 방관할 경우 사법부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법원은 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헌법에 위배되는 방법으로는 곤란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재작년 1월 국회를 통과한 청소년성보호법의 골자인 신상공개제도는 작년 8월과올 3월 등 2차례에 걸쳐 대상자 612명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매번 첨예한 찬반론을야기했다. 찬성론자는 신상공개가 당사자에게 피해를 줄 수는 있으나 급증하는 청소년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반대론자들은 한번 죄를지어 충분한 법적 처벌과 가족내 불화에 따른 고통을 받았는데도 신상공개까지 이뤄지면 `부관참시'라는 논리로 맞서면서 제도폐지를 촉구했다. 신상공개제에 대한 법원의 위헌제청이 불러올 파장도 만만치 않다. 위헌여부에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법원이 위헌제청을 한 만큼 관련 재판의 한시적 중단은 불가피해졌고, 오는 9월로 예정된 청소년보호위원회의 3차 신상공개도 재고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여성단체를 포함한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에서도 다시한번 신상공개제를 놓고 거센 찬.반론이 격돌할 것으로 보이며, 신상공개제의 보완과 대안 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위헌제청을 결정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 한기택 부장판사는 "청소년성보호법의 입법취지를 감안, 신상공개제에 대해 헌법합치적 해석을 해보려했으나 어려웠다"며 "그러나 청소년 대상 성범죄 방지를 위한 계도문 게시는 계속 시행할 수 있기때문에 개인식별이 안될 정도로 사례를 공개하고 관련통계를 게시하는 방법 등이 대안으로 강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