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신화'를 '경제 4강'으로 이어가자는 국민적 분위기가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월드컵을 통해 치솟은 '코리아 프리미엄'과 '개최도시 프리미엄'을 마케팅과 접목시키려는 움직임이 지역 기업들과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 탄탄한 기술력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하고도 그간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 때문에 홀대받았던 기업들이 앞장서고 있다. 제품의 90% 이상을 수출하는 토탈소프트뱅크(항만.물류 관련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서한메라민(건축내장 마감재) 경동도시가스(도시가스) 해찬들(고추장 등 전통장류)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업들 중에는 최고경영자(CEO)의 자기 혁신과 구조조정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등 '히딩크식 경영'을 진작부터 실천해온 곳들이 많다. 지역별로도 특화산업 육성이나 지방자치단체의 기업 유치를 통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경제에서 '글로컬'(글로벌+로컬) 경제로 인천은 '경제특구 개발붐'을 기대하고 있다. 송도신도시와 김포매립지, 영종.용유.무의도 일대가 정부의 경제특구 개발 예정지로 낙점을 받은데다 삼성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참여 의사를 타진하고 있어 한껏 고무돼 있다. 계획대로라면 인천은 21세기 첨단 정보산업의 거점인 동시에 항공.물류.관광산업의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충남은 '전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곳'이 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각종 기업 편의 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행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부산의 경우 조선.항만 관련 기업들이 글로벌 경영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항해술과 IT(정보기술)를 접목한 '항만 소프트웨어' 등 독특한 상품을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승승장구하는 기업도 상당수 있다. 울산은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 외에 에너지 산업에서도 '메카' 자리를 넘보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첫 가스전인 '동해-1 가스전' 착공에 이어 원자력발전소 석유비축기지 등 대형 국책 에너지 사업이 잇따라 이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다. 광주는 광산업과 디자인.첨단부품.소재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기반을 새로 쌓아가고 있다. 대구는 진량공단에서의 산.학협동을 바탕으로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뻗어간다는 전략이다. '방심은 금물' 지적도 그러나 월드컵 이후 경기 상승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백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데 따르면 7월중 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114.6을 나타냈다. 지난 5월과 6월에는 BSI가 각각 143.0과 121.8이었다. 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 호전을 예상하는 업체가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다.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산업별로 전기.전자(144.4), 유통(126.5), 건설(125.5) 등이 평균 이상인 반면 고무.플라스틱(83.3), 전력.가스(84.2), 섬유(86.4) 등은 평균 이하였다. 즉 대기업들의 경우 체감 경기는 7월에도 여전히 좋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승세는 이전만 못하며 경기 회복의 효과도 업종별로 크게 엇갈릴 것이란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설비 투자와 발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 중소기업들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게 분명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BSI 조사 결과는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와 민간 소비에 의한 국내 경기회복의 한계가 반영된 것"이라며 "경기 회복에 대한 지나친 비관이나 낙관보다는 내실을 다지는게 중요한 때"라고 진단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