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피해 도심을 떠나보지만 피서지는 어딜 가나 복잡하다.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의 자유세상을 찾기란 그래서 쉽지 않다. 이럴 땐 산사(山寺)로 가보자. 불볕 더위가 맹위를 떨칠수록,산사의 그늘은 더욱 시원하다. 약간의 바람에도 "댕그렁~,댕그렁~" 울리는 풍경소리도 시원함을 더해준다. 절로 가는 길에는 종교의 구분이 필요치 않다. 다만 불교신자이거나 문화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약간의 불교적 테마를 갖고 떠나는 게 좋을 듯하다. 삼보(三寶)사찰,적멸보궁,오대총림,3대 관음성지,관음나한성지,기도성지 등 한국불교의 성지로 불리는 곳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들 불교성지는 기도처로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오랜 역사와 함께 해온 법맥과 수행가풍,사찰에 얽힌 설화 등이 살아있다. 풍광 또한 수려해 신심을 키우고 교양도 넓히면서 여행과 관광 또한 즐길 수 있어 여러 모로 좋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삼보사찰. 삼보란 불교에서 귀하게 여기는 세가지 보물로 부처님(佛),부처님이 설한 법(法),그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는 스님(僧)을 말한다. 따라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불보사찰 통도사(경남 양산),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법보사찰 해인사(경남 합천),스님이 16명이나 국사(國師)로 추대된 승보사찰 송광사(전남 순천)가 한국을 대표하는 삼보사찰이다. 또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사찰로 불단에 불상이나 후불탱화를 모시지 않는 것이 특징. 통도사와 오대산 상원사,설악산 봉정암,영월의 사자산 법흥사,정선의 태백산 정암사가 5대 보궁으로 유명하다. 통도사,해인사,송광사,수덕사(예산),백양사(전남 장성)의 5대 총림을 순례해보는 것도 권할만하다. 이른바 영험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기도도량들의 경치도 환상적이다. 특히 상당수 기도처들이 바다와 사찰을 함께 볼 수 있는 "해안명찰"이어서 피서와 관광을 겸하기에 딱 좋다. 특히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근본도량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바닷가에 있는데,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관음도량도 대부분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다. 남해에는 남해 보리암과 여수 향일암,서해에는 강화도 보문사,동해에는 낙산사 홍련암 등이 대표적인 관음성지로 꼽힌다. 신라때 의상대사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했다는 관음굴 위에 지은 암자인 낙산사 홍련암은 바닷가 암석굴 위에 있어서 법당 마루 밑에서 출렁이는 바닷물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 강화 보문사는 나한상이 봉안돼있는 석굴법당과 1천명의 사람이 앉을 수 있다는 길이 40m,폭 5m의 자연석 천인대,절 뒤편 절벽의 높이 32척,너비 11척의 눈썹바위에 새긴 마애관음보살상 등이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해질 무렵,눈썹바위에서 내려다보는 서해의 낙조 또한 장관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