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궤도차량 사망사고 관련 미군에 대한 조사를 놓고 검찰과 미군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조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법무부가 재판권 포기 요청을 한 13일 현재도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은 한국이 재판을 하게 될 경우 기소 준비를 위해 필요하고 미군이 거부하더라도 처벌을 미군에 맡겨도 될 정도로 미군 조사가 충분한지 확인해봐야겠다는 의지다. 검찰은 법무부 포기 요청 전까지 법무부의 요청 여부 판단을 위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1차 재판권이 미군에 있는 관련 미군 조사를 요구했다. 검찰 조사는 헬멧 통신장치의 고장 여부, 교행 수칙 준수 여부, 과속 여부, 훈련내용 주민 통보 여부 등으로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군 조사는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이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 병장의 경고를 듣지 못한 이유를 운전병이 다른 곳과 교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헬멧 통신장치는 다른 곳과 교신하더라도 탑승자 사이의 인터컴은 들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지난 5일 발행된 미2사단 공보도 이번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로 '탱크 운용 장병 상호간의 통신이 간헐적으로 끊겨 차량장이 운전병에게 지시를 내릴 수 없었다'고 지적했고 사단장은 전투 차량 승무원들이 통신 헬멧 작동상태 점검을 지시했다. 장비 고장이 밝혀진다면 미군이 기소한 운전병과 관제병 외 장비 관리자, 운행승인자 등 기소 대상자가 확대돼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사고 궤도차량은 사고 당시 맞은 편에서 오던 다른 궤도차와 1m 전방에서 정지했다. 마주 보고 달려오던 두대의 궤도차량은 정지하지 않고 교행하려 했던 것이다. 경기북부 지역 도로의 80%는 편도 1차선으로 왕복 차선을 합쳐도 너비가 6∼6.5m에 지나지 않아 궤도차량(너비 3.65m) 두대를 붙여 합친 7.3m보다 좁다. 미군 훈련 수칙에 궤도차량 교행 수칙이 있는지, 있다면 이를 준수했는지, 아니면 도로 상황에 맞는 훈련 수칙을 만들지 못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규명돼야 한다. 교행 문제와 이어지지만 과속 문제도 남아 있다. 사고 궤도차량은 시속 8∼16㎞로 운행했고 평가 훈련 중이었으며 대열의 3번째 차량이었다. 지휘부와 교신중이었던 운전병은 선행 차량을 따라가야 했다고 진술했고 좁은 길에서 다른 장갑차가 마주 오는데도 정지하지 않았다. 정황상 사고 궤도차량이 무리하게 운행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러한 과속은 교신중이던 지휘부의 제한시간 내 도착 지시가 부담이 됐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된다. 미군 훈련상황에 대한 주민 통보 여부도 아직 분명히 가려지지 않았다. 미군은 지난달 19일 발표에서 훈련 상황을 통보했다고 했다가 참석한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미군은 이 사고 발생 원인에서 운전병 시야가 제한됐다고 강조했다. 차량을 설계하고 제작하고 이를 구매할지 판단하는 여러 과정을 거쳐 납품돼 한국에 배치된 전투 차량의 운전병 시야가 제한된다는 것은 납득이 안간다. 운전병 과실의 정도를 줄이기 위한 구실로 들린다. 미군은 운전병과 관제병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과실의 정도가 충분히 드러나고 있는지, 기소 대상자가 더 있는지 등 미군 공소유지가 어느 정도 치밀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한국 검찰의 조사가 절실해 졌다. (의정부=연합뉴스) 박두호기자 dooho@yna.co.kr